홍콩 거래소. (사진=로이터)
홍콩 정부와 상하이금거래소는 지난달 7일 ‘딜리버리 커넥트(Delivery Connect)’ 1단계를 시작했다. 홍콩 정부가 전액 출자한 홍콩귀금속중앙청산공사가 상하이금거래소의 국제회원으로 가입해 홍콩 내 지정 금고에 실물 금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중국공상은행 아시아법인과 HSBC, 중국은행 홍콩법인이 1차 참여 기관으로 나섰으며 제도 출범 당일 양방향 실물 이전도 마쳤다. 상하이금거래소도 같은 날 홍콩귀금속중앙청산공사의 국제회원 가입을 승인했다고 공고했다.
홍콩은 같은 날 금 중앙청산·결제 시스템의 시범 운영에도 들어갔다. 장외 금 거래의 청산과 결제를 지원하고 실물 금 입출고 기록을 지정 금고와 연계하는 구조다. 홍콩 시장의 가격을 보여주는 ‘HAU’ 가격지표도 새로 도입했다. 홍콩 정부는 청산과 가격 결정, 보관, 보험 등을 하나로 연결해 국제 금 거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금 보관능력도 대폭 늘린다. 홍콩의 금 보관시설 규모는 현재 200t에 못 미치지만 정부는 향후 3년 안에 2000t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등 금융회사도 추가 금고 확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 브레이킹뷰스는 전했다. 홍콩 정부도 금 보관능력 확충을 금 거래 생태계 육성책에 포함했다.
중국이 홍콩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세계 금 시장의 수요 변화가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금 수요는 장외거래를 포함해 1231t으로 전년 동기보다 2% 늘었다. 금액으로는 1930억달러로 74% 급증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의 금괴·금화 수요는 207t으로 67%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와 한국, 일본에서도 금괴·금화 수요가 증가하는 등 투자 수요의 중심이 아시아에서 강해지고 있다.
홍콩이 세계 최대 역외 위안화 시장이라는 점도 중국에 유리하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홍콩 은행권의 위안화 예금은 약 1조350억위안이었다. 홍콩을 통한 금 거래가 확대되면 위안화로 금을 거래·결제하는 시장을 키우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게 로이터 브레이킹뷰스의 분석이다.
그러나 기존 금 시장과의 격차는 크다. 런던금시장협회(LBMA)에 따르면 지난 5월 런던에서 하루 평균 결제된 금은 1610만트로이온스에 달했다. 6월 말 런던 금고에 보관된 금도 9464t으로 홍콩의 현재 보관능력을 크게 웃돈다. 런던과 뉴욕에는 장기간 축적된 거래 유동성과 선물시장, 보관·수탁 체계가 갖춰져 있어 단순히 금고를 늘리는 것만으로 가격 결정 기능을 옮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로이터 브레이킹뷰스는 홍콩이 국제 금 허브로 자리 잡으려면 물리적인 보관시설뿐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금 품질 기준과 자산 수탁 체계, 법률 인프라, 전문 거래인력과 충분한 선물시장 유동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홍콩을 앞세워 세계 금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지만 런던·뉴욕 중심의 가격 결정 구조를 바꾸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