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돈 먹는 하마?…빅테크 눈덩이 부채, 새 뇌관 될까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7일, 오후 04:04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달러 표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최대 250억달러 (약 35조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알파벳을 포함해 올해 미국 빅테크들은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회사채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AI 투자가 현금흐름을 압박하면서 잉여현금흐름(FCF)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기업도 등장했다.

여기에 회사채 신용스프레드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재무제표에 아직 부채로 잡히지 않은 1조달러 이상의 장기 임대약정까지 부각되면서 AI 투자 확대가 빅테크의 재무 부담을 넘어 금융시장의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AI 투자에 회사채 쏟아내는 빅테크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파벳은 만기 2~40년으로 구성된 총 10개 트랜치로 최대 250억달러 규모의 투자등급 회사채를 발행한다. 40년물 금리는 미 국채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번 발행에는 채권 발행액의 4배 수준인 1150억달러(약 163조원) 규모의 주문이 몰렸다. 알파벳은 올해 2월에도 200억달러(약 28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당시 약 1030억달러(약 146조원)의 수요가 몰렸다. 이후 스위스프랑, 영국 파운드, 유로, 캐나다달러, 일본 엔화 표시 채권을 잇달아 발행했고, 올해 상반기 알파벳의 총 채권 발행 규모는 500억달러(약 70조원)를 넘어섰다. 회사채에 더해 6월에는 총 850억달러(약 120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발표했다.

알파벳만이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LSEG 데이터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인 아마존, 알파벳, 메타, 오라클은 7월 7일 기준 올 들어 약 1940억달러(약 274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2025년 약 1080억달러(약 152조원)보다 79% 증가한 규모다.

골드만삭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포함한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채권 발행액이 올해 약 2500억달러(약 354조원), 2027년에는 4000억달러 (약 56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 발행이 급증한 배경에는 천문학적인 AI 투자비가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AI를 중심으로 7300억달러(약 1033조원)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투자는 이미 현금흐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아마존과 알파벳은 FCF는 적자를 기록했고, 메타는 1년 전보다 91% 급감했다.

◇수익성 여전한 의문…신용스프레드·CDS 상승

이에 빅테크들이 택한 것이 회사채 발행이다. 수요 자체는 여전히 강하지만 발행 물량이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양상이다.

아마존, 알파벳, 메타, 오라클의 경우 2~4년 만기 채권의 중간 스프레드는 지난해 30bp(1bp=0.01%포인트)에서 올해 40bp로 상승했다. 5~7년 만기 채권의 중간 스프레드는 50bp에서 60bp로 높아졌고, 만기가 20년을 넘는 장기물은 108.5bp에서 118bp로 확대됐다. 신용스프레드는 해당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동일 만기 미 국채 등 무위험 금리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낸다.

구글 로고(사진=로이터)
구글 로고(사진=로이터)
유통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은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비교 가능한 발행가격 자료가 있는 2026년 발행 하이퍼스케일러 채권 91개 가운데 78개가 7월 28일 기준 발행 당시보다 더 높은 수익률로 거래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수익률 상승 폭의 중간값은 약 22bp였다.

신규 채권을 소화하는 투자 수요는 약해지고, 신규 발행 프리미엄은 상승세다.

CDS 프리미엄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CDS는 채권 발행 기업의 부도 위험을 보장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시장이 평가하는 신용위험이 커질수록 일반적으로 프리미엄이 높아진다. 오라클의 5년 만기 CDS는 연초 144bp에서 지난달 27일 기준 215bp로 올랐다.

◇ 막대한 투자, AI 수요 꺾이면 부메랑

재무제표에 아직 부채로 인식되지 않은 장기 약정도 시장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로이터가 기업 공시를 분석한 결과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가 아직 개시되지 않은 임대계약에 따라 향후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액은 약 1조900억달러(약 1543조원)에 달한다. 대부분 AI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한 장기 임대계약이다. 이는 현재 재무제표상 임대부채 2850억달러(약 403조원)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된다.

회계 규정상 이미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시설을 실제 사용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일반적으로 임대부채로 인식하지 않고 재무제표 주석으로 공시하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다.

(사진=AFP)
(사진=AFP)
물론 1조 900억달러를 단순히 기존 부채에 그대로 더할 수는 없다. 이 금액은 기업들이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지급할 임대료를 현대가치로 할인하지 않고 단순 합산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약정 규모는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이미 상당 부분 확정됐지만 재무제표상 임대부채와 고정비, 레버리지 지표에는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국제결제은행(BIS) 또한 올해 3월 보고서에서 이를 ‘그림자 차입’(Shadow Borrowing)으로 규정하며, 실질적인 부채이지만 상당 부분 기업 대차대조표 밖에 존재하는 이러한 방식이 시장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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