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부터) 튀르키예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만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은 이날 후티 반군의 공격과 미국·이란 전쟁으로 역내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공동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사진=AFP)
이번 협정은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산유국들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에너지 수출을 봉쇄하면서 촉발됐다. 최근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유조선과 국경 지역을 공격하며 위협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사우디 남부 나즈란 지역에서는 후티의 포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11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과 사우디는 지난해 9월 양자 방위협정을 맺은 바 있으며, 이번 협정은 여기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를 더해 확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이란과의 확전보다는 견제와 균형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봤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부르추 외젤리크 선임연구원은 “이란의 지역 패권을 견제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억지력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테헤란과의 정면 대결로 나아가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걸프연구센터의 압둘아지즈 사게르 이사장도 “이슬람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개국이 안보 문제에서 더 긴밀히 공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리야드 킹파이살연구센터의 우메르 카림 연구위원은 “이란에게 걸프 지역에서 마음대로 판을 짤 수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면서도, 3국 모두 결국 미국과의 안보·경제적 연결고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짚었다. 사우디 부공공외교장관 라예드 크림리는 소셜미디어에서 “군사 축이나 종파 블록을 구성하려는 시도가 아니며, 핵 야망이나 군비경쟁과도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튀르키예는 나토 2위 규모 군사력과 방산 기술을, 파키스탄은 이슬람권 유일 핵보유국 지위와 미사일 전력을, 사우디는 오일머니와 홍해·페르시아만에 걸친 지리적 요충지를 각각 보유하고 있어 3국 결합의 상호보완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키스탄은 이미 지난 4월 사우디에 전투기와 중국산 훙치-9(HQ-9) 방공시스템을 파견해 이란 공격 방어를 지원한 바 있다.
다만 3국 각자가 안고 있는 별도의 안보 리스크도 변수다. 튀르키예는 그리스와 에게해 영유권 분쟁, 이스라엘과의 갈등을 겪고 있고, 파키스탄은 핵보유국인 인도와 오랜 긴장 관계에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협정이 실제 무력충돌 상황에서 어느 수준까지 상호 개입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크라이시스그룹의 야스민 파룩 연구원은 “이번 동맹이 점진적으로나마 지역 질서를 재편할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첫 시험대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의 안정적 종결에 기여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 협정과 별도로 홍해 항로 보호를 위한 다국적 해상연합 구성도 추진 중이며, 튀르키예·이집트·파키스탄·나이지리아 등 최소 14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번 협정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고, 이란 역시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예멘 사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린 반(反)사우디 집회에서 후티 미사일이 그려진 현수막을 배경으로 단상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