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지난 5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SIEPR)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로이터에 따르면 이 서한은 쿡 이사의 행위가 최대 30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하고, 연준 이사로서의 신뢰성을 의심케 하는 중과실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과 같은 혐의”…이번엔 절차 보완 시도
이번 혐의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쿡 이사 해임을 시도할 때 제기했던 것과 동일하다. 당시 빌 풀티 주택정책 고위 관료가 쿡 이사가 2021년 모기지 서류에 주(主) 거주지를 허위 기재해 유리한 대출 조건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쿡 이사는 이를 부인하며 해임 취소 소송을 냈다. 연방법원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을 막았고, 연방대법원도 지난 6월 5대4로 이 결정을 인용했다.
당시 다수의견을 쓴,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이 정한 절차적 보호장치를 쿡 이사에게 제공하지 않았다며, 그런 보호 없이는 그가 혐의를 제대로 다툴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로버츠 대법원장은 쿡 이사가 실제로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는지, 대통령 서한이 주장하는 기만적이고 잠재적으로 범죄적인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이 판결이 결정한 게 아니라며, 쿡 이사에게 혐의에 대응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사건은 하급심으로 돌려보내졌다.
당시 표결에서는 로버츠 대법원장과 보수 성향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진보 성향 대법관 3명과 함께 다수의견에 섰고, 클래런스 토머스·새뮤얼 얼리토·닐 고서치·에이미 코니 배럿 등 보수 성향 대법관 4명이 반대의견을 냈다. 1913년 연준 설립 이후 대통령이 연준 이사 해임을 시도한 전례는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서한은 그 판결이 지적한 절차적 흠결, 즉 소명 기회를 제공하는 형식을 갖춰 재도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연방대법원이 제동을 건 사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들어 재시도한 두 번째 사례라고 짚었다. 앞서 이번 주 대법원이 제한 시도를 무산시켰던 출생시민권 제한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새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 기념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일련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사진=AFP)
쿡 이사 측 변호인 애비 로웰은 성명에서 “이 혐의들은 1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를 해임하고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 했을 때만큼이나 이번에도 근거가 없다”며 “우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의 새로운 구실에 맞서 쿡 이사의 지위와 연준의 역사적 역할을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사실관계와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쿡 이사를 해임할 정당한 사유는 없다는 게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WSJ에 따르면 쿡 이사 측은 이번 혐의가 기껏해야 의도치 않은 실수이며,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자기 편 인사를 심어 통화정책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을 감추기 위한 구실이라고 주장해왔다.
◇공교롭게 겹친 시점…쿡, 이달초 매파 발언
공교롭게도 쿡 이사는 이번 서한 발송 당일인 지난 5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 “조만간 지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매파적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5년째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가격·임금 결정 관행에 고착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쿡 이사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결정을 지지했지만,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연준 이사는 인종·성별에 관계없이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되며, 쿡 이사는 흑인 여성 최초로 연준 이사에 오른 인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