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협상 막판 안보 수장 교체…권력 투쟁 심화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0일, 오전 09:47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이란이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교체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강경파의 영향력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 대미 협상 전략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왼쪽)과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사진=로이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왼쪽)과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사진=로이터)
9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의 후임으로 모흐센 레자이를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레자이를 최고국가안보회의 내 자신의 대리인으로 별도 임명했다. 졸가드르는 최고지도자의 정치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고국가안보회의는 형식상 대통령이 의장을 맡지만, 사무총장은 외교·안보 현안을 조율하고 합의 이행을 실무적으로 지휘하는 핵심 직책이다.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을 비롯한 주요 안보 합의는 최고국가안보회의 심의와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레자이가 사무총장과 최고지도자 대리인까지 겸하게 되면서 협상 과정에서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직접 반영할 권한이 한층 커진 셈이다.

레자이와 졸가드르는 모두 혁명수비대 지휘관을 지낸 강경파다. 레자이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혁명수비대를 이끌었고, 최근까지 최고지도자의 군사고문으로 활동했다. 그는 40년 이상 이란 군부에 몸담으며 정계 최고위직에 올랐던 인물로, 수차례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레자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이 전략적 통로는 수십개의 원자 폭탄보다 더 중요하다”며 대미 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적극 이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레자이 취임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양보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졸가드르도 해임되지 않고 최고지도자의 정치고문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기보다 내부 역할 조정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졸가드르는 사임 직전인 전날 미국에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조건으로 이란 주변 미군 철수와 해상봉쇄 해제, 전쟁 피해 배상, 대이란 제재 해제, 동결자산 반환 등을 요구했다.

이번 인사는 혁명수비대 강경파 세력이 이란 지도부 내 상대적으로 온건파로 꼽히는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이란 국회의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최근 “영원히 싸울 수는 없다”며 미국과 합의할 적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졸가드르와 가까운 사이인 바게르 의장 역시 지난 6월 미국과 체결한 휴전 협정을 옹호해왔다.

미국과의 협상에는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이란과 오만이 선박 입·출항 경로 등 기술적 내용에 합의하더라도 새 안보수장이 관련 내용을 재검토하고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레자이가 기존 강경 조건을 유지할 경우 오만과의 항로 합의가 곧바로 해협의 전면 재개방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오랜 안보 실세들이 권력을 젊은 정치 엘리트 세대에 넘기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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