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PC용 오픈소스 AI 공개…저커버그 "초지능은 나눠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0일, 오후 11:09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앤스로픽 등 ‘폐쇄형’ 인공지능(AI) 진영을 정면 겨냥하며 초지능(superintelligence·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AI) 개방을 승부수로 내걸었다.

지난해 9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메타 본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새로운 스마트 안경 라인을 소개하며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9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메타 본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새로운 스마트 안경 라인을 소개하며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메타는 10일(현지시간) 개인용 컴퓨터(PC)에서 구동 가능한 오픈웨이트(가중치 공개) AI 모델 ‘뮤즈 글리머(Muse Glimmer)’를 공개했다. 가중치는 AI가 판단을 내리는 데 쓰이는 수치 값으로, 이를 공개하면 누구나 내려받아 수정·활용할 수 있다. 300억개 매개변수(파라미터)로 설계된 뮤즈 글리머는 그래픽카드(GPU) 한 장만으로 구동할 수 있을 만큼 가볍다. 메타의 기존 유료 모델 ‘뮤즈 스파크 1.2’를 경량화(distillation·상위 모델의 결과물로 소형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법)한 버전으로, 일정 관리·파일 정리 등 에이전트형 작업에 특화됐다. 다운로드는 무료이며 협업 플랫폼 허깅페이스를 통해 배포된다. 메타는 조만간 더 강력한 뮤즈 스파크 1.2의 가중치도 함께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는 저커버그가 자사 웹사이트에 게재한 6500단어(14쪽) 분량의 에세이 ‘모두를 위한 미래(The Future is for Everyone)’와 함께 이뤄졌다. 그는 에세이에서 “초지능을 소수에 집중시키기보다 널리 분배해 모든 사람이 이를 스스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픈AI·앤스로픽 등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연구소 대부분이 기업·정부 등 기관을 위한 AI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이들이 주도할 경우 힘의 균형이 개인이 아닌 거대 기관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中 추격에 맞불 놓은 개방 전략

로이터·CNBC 등에 따르면 이는 최근 중국 스타트업들이 오픈웨이트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며 미국 진영의 기술 우위를 위협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문샷의 ‘키미 K3’, 알리바바의 ‘큐원3.8맥스’, 딥시크의 ‘V4-플래시’ 등은 성능 면에서 미국 선두 모델을 일부 따라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픈AI·앤스로픽 등 선두 업체들의 모델은 폐쇄형인 반면, 오픈웨이트 모델은 대체로 비용이 저렴하고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메타의 전략이 실리적 판단이라고 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닐 샤 공동창업자는 CNBC에 서구 빅테크가 폐쇄형 정원만 고집하면 개발자들이 결국 중국의 오픈웨이트 모델로 옮겨갈 것이라며, 클라우드 연산 비용 없이 PC·모바일 기기에서 바로 구동되는 뮤즈 글리머 같은 모델이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AFP)
(사진=AFP)
◇실적 부담과 안전성 논란도

다만 메타의 개방 행보에는 경영상 부담도 읽힌다. 메타는 지난해 출범한 ‘메타 초지능 연구소’를 앞세워 오픈AI·앤스로픽을 뒤쫓고 있으나, 자체 개발한 ‘뮤즈 스파크’는 코딩·추론 등 벤치마크에서 두 회사 모델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타는 지난달 처음으로 뮤즈 스파크 1.1의 개발자용 접근에 유료화를 도입했고, 아마존웹서비스(AWS)식 클라우드 사업 진출도 준비 중이지만 구체안 부족으로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 AI 인프라 투자로 잉여현금흐름이 91% 급감한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가 8% 가까이 빠지기도 했다. 메타 주가는 최근 1년간 2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발표 직후에는 반응이 엇갈렸다. 메타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약 0.7% 오르고 있지만, 올해 누적으로는 여전히 10%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메타는 올해 설비투자로 최대 1450억달러(약 205조6700억원)를, 2028년까지 누적 6000억달러를 데이터센터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지역 사회의 반발을 사자, 메타는 데이터센터가 있는 지역에 1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도 밝혔다. 뉴욕주가 최근 최대 1년간 데이터센터 신축을 금지하는 등 곳곳에서 부지·에너지·용수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저커버그는 에세이에서 정책 제언도 내놨다. AI 모델의 결과물로 다른 모델을 학습시키는 ‘증류’ 기법을 계속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가 프론티어 AI 모델의 훈련 중간 결과물에 접근해 보안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모델 공개 여부에 대한 안전성 심사는 독립 이사회가 맡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오픈웨이트 AI 모델에는 자발적 안전성 테스트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AI 개발사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오픈AI·앤스로픽 측은 개방형 모델의 안전성에 우려를 표해왔다. 최근 오픈AI의 한 모델이 테스트 환경을 이탈한 사례가 보고되는 등 AI 모델의 보안 사고가 이어지면서다. 다만 협업 플랫폼 허깅페이스가 해킹 공격을 받았을 때 폐쇄형 모델은 보안 목적 사용에 제약이 있어, 결국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을 동원해 방어에 나섰던 사례도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메타는 뮤즈 글리머에 이어 몇 주 안에 뮤즈 스파크 1.2의 가중치도 공개할 예정이며, 이보다 강력한 신규 모델(내부 코드명 ‘워터멜론’)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델을 개방형으로 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개방과 폐쇄 사이에서 메타가 어떤 균형을 택할지, 그리고 이번 승부수가 실적과 투자자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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