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수출 쏠림' 심화…10대 기업 비중 55% 역대 최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1일, 오후 06:12

[이데일리 정두리·하상렬 기자]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8월 초순 수출이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우리나라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단 10개 기업이 책임지는 ‘역대급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에 지난 1분기 사상 처음으로 무역집중도가 절반을 넘어선 데 이어, 2분기에는 소수 기업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더욱 가파르게 치솟으며 ‘K자형 성장’이 구조화되는 흐름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가데이터처와 관세청이 11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수출액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55.3%로 집계됐다. 전년 동분기 대비 17.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상위 10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 역시 10.0%포인트 뛴 76.3%를 기록했다.

소수 대기업으로의 수출 쏠림 현상은 분기를 거듭할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상위 10대 기업의 수출 무역집중도는 작년 2분기 38.3%에서 3분기 40.5%, 4분기 43.4%로 올랐다. 지난 1분기(50.1%)에 사상 처음으로 50%를 돌파한 데 이어 이번 2분기에 55.3%까지 치솟으며 4개 분기 연속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상위 10대 기업이 2분기에 거둬들인 수출액은 152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7.0%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가율(57.3%)의 두배를 훌쩍 웃도는 압도적인 속도다.

역대급 쏠림을 만들어낸 주역은 반도체다. 산업별 수출 실적을 보면 전기전자 부문 수출액이 1604억달러로 전년 동분기 대비 109.8% 상승했다. 사실상 반도체를 필두로 한 전기전자 산업이 수출 증가율을 끌어올린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8월 초순 수출액에도 이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212억8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3% 증가했다. 8월 초순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수출 급증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은 99억5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5.4%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8%에 달했다.

(그래픽= 조지수 기자)
(그래픽= 조지수 기자)
문제는 반도체와 일부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8월 초순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무선통신기기(-9.1%), 선박(-58.2%), 승용차(-80.9%), 자동차부품(-36.3%) 등 6개 품목은 감소세를 기록했다. 미국 수출도 승용차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0.2% 줄었다.

반도체 수출 증가세도 다소 둔화하는 조짐을 보인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6월 초순 206%, 7월 초순 193%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8월 초순에는 155.4%로 낮아졌다. 절대 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AI 확산에 따른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수출 구조의 편중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6~7월보다 낮아졌지만 AI 관련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수출 호조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다만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하반기에는 반도체 경기와 함께 자동차·선박 등 비IT 품목의 회복 여부가 전체 수출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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