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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하락의 진짜 재료는 다시 한번 호르무즈 해협이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신임 사무총장은 “미국이 태도를 바꾸고 이란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해협은 계속 폐쇄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전날 파키스탄 국방장관의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발언에 반짝 살아났던 낙관론이 하루 만에 다시 사그라든 셈이다. 이란 외무장관도 이번주 초 “미국이 6월 양해각서 위반을 지속하고 이에 대한 보상도 하지 않는 한 협상 재개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전략 애널리스트는 “몇 달째 이어져 온 패턴대로, 모두에게 맞는 합의에 도달하기가 정말 어렵다”면서도 “이 갈등을 둘러싸고 시장이 출렁이긴 했지만, 많은 사람이 우려했던 만큼의 큰 악재는 아니었다”고 짚었다.
◇통신서비스 ‘휘청’…에너지·AI 파이낸싱株는 강세
업종별로는 통신서비스가 2% 넘게 빠지며 가장 부진했다. 지난주 인공지능(AI) 조직개편을 발표한 알파벳은 3.8% 내리며 최근 5거래일 중 4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갔고, 앱러빈(AppLovin)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430달러에서 400달러로 내리면서 6% 가까이 급락했다. 정보기술 업종도 부진해 엔비디아는 전날 6대 자산운용사와 5000억달러 규모 AI 인프라 파이낸싱 파트너십을 발표했음에도 오전 상승분을 반납하고 약보합(-0.02%) 마감했고, 애플은 1% 넘게 밀렸다. 아마존(-2.1%), 스페이스X(-3.9%) 등도 약세를 보였다.
반면 유가 상승 수혜를 받은 에너지 업종은 S&P500 11개 섹터 중 유일하게 1%대(+1.1%) 상승했다. 엔비디아의 AI 컴퓨트 파이낸싱 파트너십에 참여한 대체자산운용사들도 일제히 급등했다. 아폴로글로벌은 6.2%, 블랙스톤은 4% 가까이, KKR은 6% 넘게 올랐다. 회로기판 제조업체 자빌은 UBS가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며 5.9% 뛰었다. UBS의 데이비드 보그트 애널리스트는 “아마존·메타·구글의 AI 투자에 힘입은 다년간의 성장 사이클, 의료 수요 증가, 자동화·로봇 시장 확대를 근거로 자빌을 매수로 상향한다”고 설명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는 스위스 스포츠웨어 브랜드 온홀딩은 이날 상장 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은 0.35스위스프랑으로 컨센서스(0.34프랑)를 웃돌았지만, 매출은 8억5030만프랑으로 예상치(8억7840만프랑)를 밑돌았다. 회사는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을 기존 ‘최소 23%’에서 ‘20%대 초반’으로 낮췄다. 주가는 이날 20% 넘게 급락해 올해 들어서만 34% 가까이 빠졌다. 액화천연가스(LNG)업체 벤처글로벌도 2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소폭 밑돌며 7.3% 하락했다.
◇지수는 빠졌어도 속은 견조…국채·유가는 안정
지수 하락에도 시장 내부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P500 상승 종목이 하락 종목보다 1.2배 많았고, 52주 신고가를 새로 쓴 종목도 22개로 신저가(1개)를 압도했다. 나스닥에서도 신고가 108개, 신저가 75개로 신고가가 우세했다. 대형주 중심 지수가 빠지는 동안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은 오히려 0.4% 올라 이번 분기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거래대금은 150억주로 최근 20거래일 평균(176억주)을 밑돌며 여름 휴가철 특유의 한산한 장세를 보였다.
국채시장에서는 10년물 수익률이 2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내린 4.69%를 기록했다. 장 초반 10년물과 30년물 모두 올해 종가 기준 최고치에 근접했으나, 유가가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며 안정을 찾자 금리 상승세도 진정됐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는 “투자자들이 몇 주째 (호르무즈) 합의를 기다려온 만큼, 금리가 크게 떨어지고 증시가 추가 랠리하려면 가시적 진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엘리아스 하다드는 “유가가 전쟁 서사를 주도하고 있으며, 유가 변동성이 확전과 긴장 완화의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짚었다.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6% 오른 배럴당 83달러대에서,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90달러를 터치했다가 긴장 완화 신호에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며 89달러 안팎에서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0.5% 내린 온스당 4370.43달러를 기록했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은 금값이 이달에만 8% 오르는 등 랠리가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지난주에는 부진한 고용지표와 호르무즈 재개 기대감이 겹치며 금값이 주간 기준 7.1% 올라 1월 이후 최고 주간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0.9% 내린 6만3515.73달러, 이더리움은 0.1% 오른 1880.91달러를 나타냈다.
◇엇갈린 지표 속 관전포인트는 내일 CPI
이날 나온 지표는 엇갈렸다. 7월 기존주택 판매는 2개월 연속 감소하며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과 모기지 금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음을 보여줬다. 젤먼앤드어소시에이츠의 아이비 젤먼 공동창업자는 “변동성이 크고 모기지 금리는 계속 오르는 데다 구매력 문제도 여전하다”면서도 “100만달러(약 14억1350만원) 이상 고가 주택은 잘 팔리는 반면 저가·초보 구매자용 매물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축 주택 시장은 건설사들이 상당한 인센티브를 계속 제공하고 있어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소상공인 낙관지수는 기업들이 채용 계획을 늘리고 물가 압력이 완화되면서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12일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13일 생산자물가지수(PPI)로 향하고 있다. 지난 7일 부진한 고용지표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셈법이 복잡해진 가운데, 유가 상승이 물가 압력 우려를 다시 키우고 있어 이번 지표의 무게감은 더 커졌다. 몬티스파이낸셜의 데니스 폴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주 고용지표 부진에도 CPI가 하락 추세를 이어간다면 연준이 금리 인상보다는 동결을 유지할 근거가 더 힘을 받을 것”이라며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끈적할 수 있지만, 이 부문은 금리에 민감하지 않아 동결 논리를 크게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난 7월 회의에서 위원 3명이 인상 소수의견을 낸 데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포워드가이던스(선제 안내)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힌 만큼 이번 지표 결과에 따른 시장 변동성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