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틀어도 "30도 입니다"…범인은 '창문' 때문? [일본 엿보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후 03:01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SNS를 뜨겁게 달군 화제의 이슈부터 현지인들의 소소한 일상까지. <일본 엿보기> 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최신 소식, 트렌드, 문화, 사회 현상 등 재미있고 신선한 일본의 오늘을 한눈에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놓았는데도, 실내 온도가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어요.”

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해마다 기온이 치솟는 일본에서는 올여름 역시 7월부터 일부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등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 주택은 ‘단열’에 취약해 에어컨을 켜도 금방 더워지는 구조여서, 실내에서도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일 일본의 부동산·주거 전문 매체 스모 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일본 기존 주택의 82%는 단열 등급 3 이하로, 67%는 단열성이 낮은 단판 유리창을 사용 중이다. 이로 인해 여름철 냉방 중 실내로 들어오는 열의 약 70%(68%)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며, 반면 겨울철에는 열의 약 50%가 창문으로 유출된다.

단열은 ‘물체와 물체 사이에 열이 서로 전달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열 성능이 떨어지는 대다수의 일본 주택은 외부 열기는 들어오고 내부 냉기는 쉽게 빠져나가, 에어컨을 끄는 즉시 실내 온도가 급상승하거나 에어컨을 장시간 켜고 있어도 좀처럼 온도가 내려가지 않는다.

창호 전문 업체 YKK AP 쇼룸은 단열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외부 기온이 35도인 폭염 속에서 실내 에어컨을 25도로 설정하더라도 단열이 안 된 일반 창문(단판 유리)의 실내 표면 온도는 34~35도, 바깥 표면은 40도 가까이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문 자체가 ‘열판’처럼 달아올라 실내로 열기를 계속 내뿜는 셈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주택은 왜 이토록 폭염에 취약한 구조로 설계된 것일까. 일본 슈프레뉴스에 의하면 일본은 과거부터 ‘여름엔 통풍이 잘 되게 짓는다’는 개념이 강해 단열을 중시하지 않았다.

도쿄의 주택가.(사진=연합뉴스)
도쿄의 주택가.(사진=연합뉴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단열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온 유럽과 달리 일본은 2025년 4월이 되어서야 모든 신축 주택에 최소 기준(단열 등급 4 이상) 준수를 의무화했다. 이는 G7 국가 중 가장 늦은 조치다.

매체는 “현재 일본의 최저 기준인 ‘단열 등급 4’조차도 높은 수준이 아니며, 이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약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단열 성능이 열악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일본은 가구 내 에어컨 보급률이 높은 만큼, 주택 자체의 성능을 높이기보다 가전제품(에어컨)으로 더위를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일본 정부의 ‘소비동향조사’(2024) 결과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에어컨 보급률은 90~92%에 달한다.

이처럼 단열이 취약한 주택 때문에 특히 실내 생활이 많고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층 사이에서 온열질환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일본 소방청 통계에 의하면 매년 여름철 구급 이송된 전체 열중증 환자 중 약 38~40% 이상이 ‘주택’에서 발생한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 고령자 환자의 약 50% 이상이 야외가 아닌 집 안(거실, 침실 등)에서 온열질환에 걸려 응급실로 이송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도쿄 거리 풍경.(사진=뉴스1)
일본 도쿄 거리 풍경.(사진=뉴스1)
단열 문제는 경제적 문제로 불거지기도 한다. 냉방이 풀가동되면 전기요금 부담이 극심해지는데, 심지어 학교의 경우 단열이 안 된 교실에서 에어컨을 틀어도 30℃ 이하로 내려가지 않거나 전기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좀처럼 더위를 참기 힘든 폭염이 올 경우를 대비해 이중창 설치를 권유했다. 다케우치 마사요시 도호쿠예술공과대학교 교수는 “벽이나 천장 전체를 공사하는 것보다 창문 공사가 훨씬 간편하고 효과적”이라며 “여름철 외부 열기의 대다수가 창문을 통해 들어오므로, 기존 창문 안쪽에 창을 하나 더 설치하면 단열 성능이 대폭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주택 단열 성능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파격적인 보조금 지원 제도를 운용 중이다. 도쿄도가 시행하는 ‘기존주택 에너지 절약 개수 촉진사업’은 고단열 창호 및 문 교체 비용의 약 절반을 지원하며, 단독주택 기준 최대 200만~300만엔(한화 약 1800~2700만원)까지 상한액을 제공한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선진적 창문 리노베이션 사업’ 보조금까지 함께 활용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본의 대표 에어컨 제조업체인 다이킨은 에어컨 요금을 아끼기 위한 방안으로 ‘자주 껐다 켜는 대신 일정한 실온 유지’, ‘서큘레이터(공기순환기)를 활용한 방 전체 공기 순환’ 등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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