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석유 터미널. 푸자이라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UAE의 우회 관문이다. (사진=AFP)
이 방식은 ‘셔틀’로 불린다. 배가 짧은 구간만 오간 뒤 걸프 바깥에서 다른 배에 화물을 옮겨 싣는다. 이때 선박 위치를 알리는 신호를 꺼 추적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위험 구간을 짧게 여러 차례 지나는 편이 큰 배 한 척이 길게 통과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판단이다. 전쟁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걸프에서 원유를 빼내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제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도 했다.
아드녹은 이 방식에서 가장 성공적인 산유국으로 꼽힌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을 가진 두 나라 중 하나다. 오만만에 면한 푸자이라 항구로 원유를 빼낼 수 있어, 해협 봉쇄로 원유를 쌓아둔 채 발만 구르는 이웃 나라들과 처지가 다르다.
중동 산유국이 이웃 나라에 에너지 수출 운송을 맡기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이라크산 원유는 원자재 중개업체 비톨과 프랑스 정유사 토탈에너지스가 주로 날랐다.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알리 니자르 이라크 국영석유판매공사(SOMO·소모) 대표는 전날 이달 원유 수출이 하루 200만배럴 수준까지 뛰었다고 밝혔다. 지난주 이라크 석유장관이 내놓은 하루 150만~170만배럴 전망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대신 이라크는 값을 크게 깎았다. 소모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겠다는 업체에 이달 선적분 기준으로 국제 기준가보다 배럴당 최대 30달러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주력 유종인 바스라 미디엄의 할인폭도 배럴당 25~27달러에 달했다. 운송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인 셈이다.
아드녹의 행보는 UAE가 지난 5월 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에서 탈퇴한 뒤 나온 것이다. 1967년 가입 이후 약 60년 만이었다. UAE는 생산량 할당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이라크에 이어 세 번째로 생산량이 많은 회원국이었고 OPEC 전체 생산량의 약 12%를 차지했다.
물론 안전한 길은 아니다. 지난주에는 아드녹 유조선 여러 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다 공격을 받았다. 걸프 지역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아드녹을 뺀 다른 업체들의 원유 판매 제안은 이달 들어 뜸해진 상태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 재개방 협상에서 나란히 태도를 굳혔다. 협상이 나아갔다 멈추기를 반복하고 선박 피격도 이어지면서 걸프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