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는 인도 사람들.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AFPBB/로이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인도 뉴델리 재활용 단지, 방갈로르의 데님 공장, 어촌,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채집하는 영상들은 로봇들에게 작업 방식을 가르치기 위한 AI 시스템 학습용으로 활용된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작업 설명서’를 직접 작성하고 있는 셈”이라고 풍자했다.
그간 휴머노이드 로봇은 현실보다는 연구실 등 제한된 환경 속에서 성과를 내 왔다. 하지만 이제 로봇은 단순 영상 속 연출을 넘어 현실 속으로 넘어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도에서의 ‘독특한’ 시도도 이같은 배경에서 이뤄졌다. 로봇에게 지능을 부여하는데 있어 핵심은 데이터다.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시 필요한 건 글자, 사진, 영상 등 데이터인데, 특히 현실 시점에서 1인칭으로 작업을 하는 데이터는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글로벌 로봇업체들의 데이터 확보 경쟁은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피지컬 AI’의 경우 데이터가 중요한데, 현실에 투입할만한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현 기준보다 수십배 이상의 많은 훈련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같은 기회를 잡기 위해 그 누구보다 경쟁이 치열한 곳은 세계 최대 인구 대국 인도다.
인도 데이터 수집업체 마누데이터 테크놀로지스의 아비나시 판데이 대표는 블룸버그를 통해 “인도는 경제 발전의 특이성 덕분에 로봇 학습을 위한 가장 풍부한 데이터의 원천이 됐다”며 “선진국에서는 이미 자동화된 수작업을 수백만명의 인도 노동자들이 여전히 손으로 직접 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데이터 수집업체들은 현지에서 신발 공장의 신발끈 꿰기, 방갈로르 물류창고의 정밀 포장, 모르비 지역 농가의 수확 작업 등 현장 영상을 촬영, 정제, 어노테이션(데이터 라벨링)해 공급한다. 수십억개의 현장 노동자들의 손동작들이 인도 전역에서 실시간 수집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인도내 ‘1인칭 영상’ 수집 경쟁은 글로벌 AI 업체들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미국만 해도 AI 기초연구 분야에선 앞서 있지만, 피지컬 AI와 로봇 분야에선 중국에 뒤처져 있다. 미국도 도어대시 배달원 등을 고용해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양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방대한 제조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는만큼 적극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외부 유출을 금하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업체들이 인도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인도에서 퍼지고 있는 데이터 수집 방법은 노동자들이 머리에 아이폰(카메라)를 착용하고, 모션트래킹 장갑을 낀채 손동작을 기록하는 식이다. 인도로 본사를 옮기는 데이터 수집업체도 생겼다. 빌드 AI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도 방갈로르로 본사를 이전, 1만 4000명 이상의 현지 공장 노동자들로부터 1인칭 영상을 수집하고 있다. 또한 버그랩스AI, 마누데이터 등의 기업들도 경쟁에 참여 중이다.
150만명의 노동자 네트워크를 확보한 아윈 엔터프라이즈의 경우, 현재 1000개 도시의 가정, 공장에서 매일 수천시간 분량의 영상을 수집하고 있다. 이 업체는 글로벌 로봇업체들에게 20만 시간 이상 분량의 영상을 공급했고, 연내 200만 시간을 달성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외에도 휴먼 아카이브, 코텍스AI 등 해외 업체들도 인도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사드나니 버그랩스 AI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주요 로봇 연구소가 인도 데이터를 열렬히 원하고 있다”며 “한 고객사는 보톡스 시술소, 주유소, 다이아몬드 가공소, 병원 등 400개에 달하는 환경의 데이터 수집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데이터 수집의 경제적 가치도 크다. 블룸버그는 인도의 1인칭 영상(가공 전 기준)은 시간당 7달러 이상, 동작별로 라벨을 붙인 정제 데이터는 시간당 15~30달러 이상에 거래된다고 전했다. 동일한 규모의 데이터를 미국에서 수집하려면 3배 이상 비용이 든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윤리적인 문제는 풀어야할 숙제다. 일부 데이터 수집업체들의 경우 인도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더 중요한 건 노동자들 본인이 해당 영상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를 모른다는 점이다. 물론 계약 과정에서 동의서에 서명을 하긴 하지만 형식적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또 노동자 머리 위 아이폰이 주변의 민감한 사생활을 의도치 않게 노출시킬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