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웨덴은 2024년 핵보유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프랑스와 핵 억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폴 욘손 스웨덴 국방장관은 현재 자국 영토에 핵무기를 두려는 계획은 없다면서도, 전쟁이 나면 정부가 “스웨덴의 생존을 지킬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사진=AFP)
스웨덴이 핵무기에 손을 댔던 흔적은 발트해 연안 마르비켄에 콘크리트 덩어리로 남아 있다. 소나무 숲 위로 솟은 80m 높이 탑은 원래 핵폭탄용 플루토늄을 만들기 위해 지어졌지만, 우라늄을 넣어보기도 전에 기술 문제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비용에 발목이 잡혔다. 석유 발전소로 바꾸려던 시도도, 주택단지로 재개발하려던 계획도 모두 무산됐고 지금은 다시 문이 잠긴 채 “벽돌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판만 붙어 있다.
평생 인근에 살아온 구나르 페테르손(75)은 어릴 적 이웃들이 탑 공사장에 일하러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완전한 실패작이었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핵 연구는 1945년 스톡홀름 국방연구소의 비밀 계획으로 시작됐다. 이후 마르비켄을 포함해 원자로 4기를 지었는데, 핵무기 개발로 방향을 틀 경우 필요한 핵분열 물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타게 엘란데르 당시 총리는 1954년 의회에서 “큰 전쟁이 터지면 원자폭탄이 쓰일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에게 원자무기를 쓰는 적으로부터도 스스로를 지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웨덴은 결국 1968년 핵무기 계획을 접었다. 미국이 반대했고, 물자를 구하기 어려운데다 비용도 컸다. 군 내부에서 예산을 놓고 경쟁이 벌어진 것도, 여론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이유였다.
◇‘인도주의 강국’에서 10년 만에 급반전
이후 스웨덴은 핵 군축을 앞장서 주장하는 나라가 됐다. 스웨덴 외교관 알바 뮈르달은 군비 통제에 힘쓴 공로로 1982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스웨덴은 스스로를 ‘인도주의 강국’으로 내세우며 유엔에서 핵무기 전면 금지를 지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조약의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최근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와 나눈 통화에서 민주국가들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사이 “여러 독재국가는 그대로 갖고 있을까 봐 너무 두렵다”며 “그렇게 되면 세계가 더 안전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내 2당인 극우 성향 스웨덴민주당의 지미 오케손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오랫동안 묻혀 있던 자체 핵무장 구상까지 다시 꺼내들었다.
뮈르달의 손녀로 반핵 운동에 나선 에바 뮈르달은 의회 앞 시위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 인사들이 핵무기 보유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스웨덴에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터무니없게 느껴진다”고 적었다.
지난 6월 10일 핀란드 테르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훈련 '람슈타인 플래그 26'에 참가한 핀란드 공군 F/A-18 전투기가 도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AFP)
이런 변화는 스웨덴만의 일이 아니다. 핀란드는 최근 자국 영토에 핵무기를 두지 못하도록 한 오랜 법 조항을 없앴고, 덴마크는 프랑스가 주도하는 억지력 구상에 합류했다. 러시아의 위협이 거세진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아래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을 믿을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커진 탓이다.
알렉산더 볼프라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핵 억지를 자국의 안보와 주권을 지키는 정당한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북유럽 국가들이 수십년간 핵 억지 자체가 불안을 불러오는 것이므로 줄이고 결국 없애야 한다고 봐온 것과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다만 스웨덴에 현재 진행 중인 핵개발 계획은 없고 여론도 아직 부정적이다. 올해 초 여론조사기관 노부스 조사에서 자체 핵무기 개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17%에 그쳤고 반대가 68%였다. 동맹국의 핵무기를 자국에 배치하는 데 대해서는 찬성 41%, 반대 55%로 격차가 좁았다.
의회 앞 시위대는 미군에 스웨덴 내 17개 군사기지 사용을 허용한 방위협정을 취소하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전단을 나눠주던 한 참가자는 이것이 자국 내 핵무기 배치로 가는 미끄러운 비탈길이 될까 걱정된다며 “너무 늦기 전에 지금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