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세우타 이주민 수백명 시위…“모로코 송환 말고 망명 허용하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7일, 오전 09:48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스페인령 북아프리카 도시 세우타에 머물고 있는 이주민 수백명이 모로코로 돌려보내지 말고 망명을 허용해달라며 시위에 나섰다. 최근 대규모 국경 유입 이후 세우타에 남은 이주민이 최대 8000명에 달하는 가운데, 도시의 수용 여력이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주거와 의료 문제도 커지고 있다.

모로코-스페인 국경 인근 프니데크(Fnideq)에서 충돌이 발생한 현장의 울타리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사진=AFP)
모로코-스페인 국경 인근 프니데크(Fnideq)에서 충돌이 발생한 현장의 울타리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사진=AF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주민 수백명은 16일(현지시간) 세우타의 한 해변에서 스페인 당국에 망명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스페인 국기를 들고 “모로코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우리도 인간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세우타에는 2주 전 대규모 월경 사태 이후 약 5000~8000명의 이주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인구 약 8만명의 세우타에 7만2000명 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이후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모로코로 돌아갔지만 상당수는 세우타에 남아 스페인 본토나 유럽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도시의 수용 능력이 부족해지면서 상당수 이주민은 엘 트람폴린 해변이나 도시 외곽에서 생활하고 있다. 모로코 테투안 출신 아유브 엘라루드는 로이터에 “바다 옆에서 자고 있고 춥고 냄새도 심하다”며 “많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이주민의 도심 진입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정부는 불법 입국자들에게 광범위한 합법 체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페르난도 그란데말라스카 스페인 내무장관은 이번 주 초 비정상적인 경로로 입국한 이주민은 극도로 취약한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세우타에 머물거나 스페인 본토로 이동하거나 합법적 체류 자격을 얻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주민 증가로 세우타 의료체계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엔리케 로비랄타 세우타 의료위원회 대표는 현지 라디오 온다세로에 의료진이 지쳐 있다며 중앙정부의 대응이 느리다고 비판했다. 그는 감염성 설사와 옴 등이 퍼지고 있고 코뼈 골절이나 흉기 상처 같은 폭력 관련 부상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스페인 중앙정부는 의료체계가 붕괴한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모니카 가르시아 보건장관은 16일 세우타에서 현지 의료서비스가 압박받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붕괴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이주와 질병을 연결하는 것은 부당하고 외국인 혐오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전염병 발생 위험은 이주민에게는 중간 수준이고 세우타 주민에게는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가 만난 모로코 출신 이주민 상당수는 자국의 열악한 노동 여건을 유럽행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페스 출신 자동화 기술자 모하메드 우안자르는 월평균 임금이 3000디르함, 약 324달러 수준이라 집을 사거나 가정을 꾸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 땅에 도착했을 때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며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세우타에는 모로코 출신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아시아 각국에서 온 이주민도 머물고 있다. 나이지리아 북동부 분쟁 지역을 떠난 한 전기기술자는 자녀들이 납치 우려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해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민은 2024년 대규모 봉기 이후 출국해 인도와 파키스탄, 이라크, 시리아, 이집트, 리비아, 알제리를 거쳐 세우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세네갈 남부 출신 한 이주민은 성적 지향 때문에 박해를 받아 망명을 신청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비정부기구(NGO)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하루 종일 할 일 없이 이메일만 확인하며 기다리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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