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한국문화원 공연장. 뉴욕에서의 생애 첫 공연을 마친 가수 존박은 한국 음악의 세계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 음악이 더 성장하고 오래 지속되려면 더 많은 인디 아티스트와 싱어송라이터들이 자신의 음악을 세계에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박이 지난 14일(현지시간) K-뮤직 나이트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뉴욕한국문화원/Korean Cultural Center New York)
올해 무대에는 존박과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지나(Jeena), 옥상달빛, 요조가 올랐다. 음악적 색깔은 서로 다르지만 자신만의 음악과 가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싱어송라이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뉴욕한국문화원은 올해 행사의 목표를 “K팝을 넘어 한국 대중음악의 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방식도 달라졌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링컨센터와 함께 대규모 야외 공연을 열었지만 올해는 뉴욕한국문화원 내 170석 규모 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화려한 대형 무대보다는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멜로디, 가사에 집중하고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교감하기 위해서다.
관심은 공연장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나흘간 총 680석을 놓고 진행한 사전 관람 신청에 일주일 동안 약 7000명이 몰려 전 회차가 마감됐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뉴요커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뉴욕은 모든 음악가가 꿈꾸는 무대”
존박(왼쪽)과 지나가 지난 13일(현지시간) K-뮤직 나이트 첫 공연 종료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그는 공연 후 취재진의 질문에 “뉴욕은 최고의 뮤지션들이 모이는 곳이고 모든 음악가가 서기를 꿈꾸는 무대”라며 “초대받아 공연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욕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더 자주 공연하며 더 많은 팬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독립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지나에게는 두 번째 뉴욕 공연이었다. 그는 “K팝과 한류가 우리 모두에게 길을 열어줬다”며 “독립적으로 활동하거나 더 다양한 장르를 추구하고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가는 아티스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기는 것이 한국 음악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존박 역시 K팝의 세계적인 성공을 한국 음악 확장의 출발점으로 봤다. 그는 “K팝 그룹과 아이돌들이 길을 열어줬고, 그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곳에 와서 음악을 보여줄 수 있다”면서도 “한국 음악이 더욱 성장하고 오래 지속되려면 인디 아티스트와 싱어송라이터들도 함께 세계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어 가사 몰라도 통했다…음악으로 건넨 위로
옥상달빛이 16일(현지시간) K-뮤직 나이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무대 뒤 대형 화면에는 노래에 맞춰 영어로 번역된 가사가 제공됐다. 미국인 관객들도 자막으로 가사의 의미를 따라가면서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공연을 즐겼다. 한국어 가사의 의미를 영어 자막이 보완하고, 음악의 멜로디와 리듬이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모습이었다.
옥상달빛(김윤주, 박세진)은 “굳이 가사가 들리지 않아도 표정과 전달되는 에너지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는 가사가 바로 전달돼 감정적인 피드백이 빠르지만 이곳에서는 분위기나 음악이 먼저 와닿고 가사가 들리는 순서가 조금 다를 뿐,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문화적 배경이 다른 해외 관객에게도 통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 나이가 들며 느끼는 것들, 힘들 때 받는 위로는 대부분 비슷하다”(김윤주), “많은 것이 달라도 같은 시간을 지나며 관통하는 동질감 같은 게 있다”(박세진)고 설명했다.
요조 역시 언어 자체가 한국 음악의 세계화를 가로막는 장벽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음악은 가사와 무관하게 직관적인 전달이 가능한 예술”이라며 “음악 속에서는 생소한 언어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알 수 없는 타국의 발음 자체가 주는 신비함을 충분히 만끽한 뒤 무슨 뜻일까 궁금해 가사를 해석해보고, 뒤이어 그 음악과 더 깊은 차원의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경험이 있다”며 “저의 음악들도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했다.
요조가 16일(현지시간) K-뮤직 나이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K팝을 넘어선 한국 음악이 해외에서 아직 독립적인 시장을 형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K팝을 통해 한국 음악을 접한 해외 청중이 인디와 록, 싱어송라이터 등으로 관심을 넓혀가는 흐름은 나타나고 있다.
뉴욕한국문화원은 “K팝 이외의 한국 음악에 대한 관심은 분명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K팝만큼 독립적인 시장을 형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최근에는 K팝을 계기로 한국 음악을 접한 관객들이 인디와 록, 싱어송라이터 음악 등으로 관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박은 이런 흐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다양한 한국 뮤지션들이 직접 해외 무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싱어송라이터에게는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해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짚으면서도 “자기 음악을 만들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진 뮤지션들이 함께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나가 지난 14일(현지시간) K-뮤직 나이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뉴욕한국문화원/Korean Cultural Center New Y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