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장기금리 상승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캐나다 30년물 국채금리는 2010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고 유럽에서도 장기채 금리가 상승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정부 부채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정적자에 AI 회사채까지…장기채 ‘공급 부담’
미국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막대한 채권 공급이다. 미 연방정부의 연간 재정적자는 2조달러(약 2835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를 메우기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AI 투자 붐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빅테크와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면서 장기자금을 놓고 미 국채와 경쟁하고 있다. 동시에 장기 국채를 사들이던 전통적인 투자자들의 수요도 약화하고 있다.
안슐 프라단 바클레이스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장기물 매도세에 역행하는 투자를 경계해왔다면서 이런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채에 긍정적으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개선된 재정 상황 △AI 관련 회사채 발행 둔화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 전략 변화 △지속적인 경기지표 악화 등이 함께 나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장기채에 대한 시장의 부담은 최근 국채 입찰에서도 확인됐다. 지난주 미 재무부의 250억달러 규모 30년물 국채 입찰금리는 5.216%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하루 전 실시한 10년물 입찰에서도 조달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7일 10년물 금리는 약 3bp 오른 4.72%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의 3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블룸버그)
눈에 띄는 것은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발표된 근원 물가지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됐음을 보여줬고, 7월 미국 고용은 예상과 달리 감소했다. 소매판매 역시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통상 경기 둔화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이고 국채금리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하지만 장기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시장이 단기적인 경기 둔화보다 장기적인 재정과 물가 위험을 더 크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3.4% 올라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크게 웃돌았다. 노샤드 샤 시타델증권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채권영업 책임자는 장기간 목표치를 웃돈 인플레이션에도 연준이 통화정책 긴축에 소극적인 점 역시 장기금리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단기물과 장기물의 움직임도 갈라지고 있다. 경기 둔화로 단기금리의 상승 압력은 줄어드는 반면 장기물에는 재정·물가·공급 부담이 계속 반영되면서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2년물과 30년물 금리 격차는 114bp까지 벌어져 지난 4월 이후 가장 커졌다.
◇트럼프의 ‘장기금리 인하’ 구상도 흔들
장기금리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초 재정지출과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장기금리를 떨어뜨리겠다는 구상을 제시했지만 올해 미 국채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란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까지 미국 경제에 가해지면서 물가와 성장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국채금리 상승은 미 연방정부의 이자비용을 늘릴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민간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