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집 못 사고 대수선도 미룬다…홈디포가 보여준 美소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전 06:04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높은 주택 가격과 모기지 금리에 미국 주택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집수리 소비까지 멈춘 것은 아니었다. 미국 최대 주택용품 유통업체 홈디포의 2분기 실적을 보면 소비자들은 대규모 리모델링은 미루면서도 페인트칠이나 정원 관리 같은 소규모 집수리에는 꾸준히 돈을 쓰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미국인의 주거 관련 소비 방식도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윌셔대로에 위치한 홈디포 매장 외부 모습. (사진=AFP)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윌셔대로에 위치한 홈디포 매장 외부 모습. (사진=AFP)
홈디포는 18일(현지시간)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478억6000만달러(약 67조6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472억7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4.92달러로 예상치 4.73달러를 넘어섰다.

1년 이상 영업한 매장의 실적을 보여주는 동일점포 매출은 1.7% 증가했다.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미국 내 동일점포 매출도 1.3% 늘었다.

◇큰 공사 대신 페인트칠·정원 관리

예상보다 좋은 실적의 배경에는 소규모 집수리 수요가 있었다. 소비자들은 방을 다시 칠하거나 정원을 손질하고 파티오를 개선하는 등의 프로젝트에 지출했다. 식물과 그릴, 휴대용 전동공구 판매도 견조했다. 전문 시공업자 사이에서는 배관·전기용품과 수공구 수요가 강했다.

반면 대규모 리모델링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높은 금리 때문에 소비자들이 대출을 받아 주방을 전면 개조하는 것과 같은 고가 프로젝트를 꺼리고 있어서다.

리처드 맥파일 홈디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소비자들은 작은 프로젝트에는 참여하고 있지만 대형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게 할 요인들의 조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홈디포 실적은 현재 미국 주택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높은 주택 가격과 모기지 금리 때문에 주택 거래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 거래가 줄면 집을 팔기 전이나 산 뒤 이뤄지는 대규모 리모델링 수요도 함께 위축된다.

여기에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과 물가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가계의 부담은 더욱 높아졌다. 맥파일 CFO는 소비자들이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연료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악 지났지만 아직 숲 밖 아니다”

그렇다고 주택 관련 소비가 계속 위축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미국 주택의 중위 연령이 40년을 넘어서면서 노후 주택을 수리하고 개선해야 하는 잠재 수요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홈디포는 올해 매출 증가율 2.5~4.5%,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 0~2%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마이클 베이커 DA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주택 관련 소비가 아직 숲을 빠져나온 것은 아니다”면서도 “경기 하강 사이클의 최악은 지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홈디포의 실적은 이번 주 잇따르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 실적의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19일에는 로우스와 타깃, 20일에는 월마트가 실적을 내놓는다. 홈디포에서 확인된 소비자들의 신중한 지출 행태가 다른 유통업체 실적에서도 나타날지가 미국 소비의 체력을 판단할 다음 관전 포인트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홈디포 매장에 재사용 가능한 장바구니가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홈디포 매장에 재사용 가능한 장바구니가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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