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에 '소식좌' 된 미국인들…식품업계 비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후 07:25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에서 마운자로와 오젬픽,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약을 사용하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식품업계가 ‘배고프지 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GLP-1 계열 비만약 주사기. (사진=AFP)
GLP-1 계열 비만약 주사기. (사진=AFP)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GLP-1 관련 지출은 2018년 137억달러에서 2023년 717억달러로 늘었다. 모건스탠리는 2035년까지 미국 인구의 약 15%인 최대 5500만명이 GLP-1 약물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wC 조사에 따르면 이미 미국 가구 5곳 중 1곳에 GLP-1 사용자가 있다.

GLP-1 확산은 최대한 많은 식품을 판매하는 데 초점을 맞춰 온 기존 식품업계의 성장 방식을 위협하고 있다. KPMG는 GLP-1 사용자의 칼로리 섭취량이 약물 복용 기간 중 평균 20%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JP모건은 비만치료제 확산으로 식음료업계의 연간 매출이 이르면 2030년 300억~550억달러 규모로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식품업계가 비상에 걸린 이유는 GLP-1 사용자가 단순히 적게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음식에 대한 욕구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GLP-1 사용자는 음식 맛이 예전처럼 강하게 느껴지지 않거나 울렁거림을 느껴 식욕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이 많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소화불량과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식품업체 코나그라는 최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연구개발센터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자를 겨냥한 냉동식품과 간식 제품을 시험하고 있다. 코나그라는 기존 식품업계가 주로 활용해 온 지방과 설탕, 소금, 강한 향신료 대신 소비자에게 익숙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맛을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코나그라는 단백질 40g이 들어간 버펄로 맥앤치즈와 닭가슴살을 활용한 냉동식품 등을 개발 중이다. 던컨하인즈 브라우니 믹스에는 코티지치즈와 땅콩버터를 추가해 단백질 함량을 두 배로 늘리는 조리법도 시험 중이다.

제품 용량도 줄이는 추세다. GLP-1 사용자가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 어려운 만큼 기존 제품을 소형화하고, 적은 양으로도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단백질과 식이섬유 비중은 늘리는 것이다.

코나그라는 지난해 냉동식품 브랜드 ‘헬시 초이스’ 일부 제품에 ‘GLP-1 친화적’이라는 표시를 도입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GLP-1 사용자뿐 아니라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가족 등 이른바 ‘GLP-1 인접 소비자’까지 공략하고 있다.

제너럴밀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상 소비자까지 개발했다. 소비자 인터뷰와 판매 데이터, 소셜미디어 분석을 토대로 GLP-1 사용자를 대표하는 디지털 페르소나 ‘리사’를 만들고 신제품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리사는 체중감량제를 복용한 뒤 하루 동안 여러 차례 소량의 식사를 하고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중시하는 30~40대 직장인 여성을 가정해 설계됐다. 제너럴밀스는 실제 소비자 조사와 리사의 반응이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GLP-1 사용자를 겨냥한 신규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상용화되고 보험 적용이 확대되면 식품업계의 변화는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식품업계는 GLP-1이 과거 유행했던 저탄수화물이나 저지방, 키토 식단과 달리 장기적인 소비 구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밥 놀런 코나그라 수석부사장은 “향후 5년 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비만치료제 브랜드가 등장할 수 있다”며 “GLP-1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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