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우크라 하늘…서방 요격미사일 바닥나면 어떻게 되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후 03:2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크라이나의 탄도미사일 요격률이 지난 3월 약 70%에서 7월 20%로 떨어졌고, 이달 5일 밤에는 단 한 발도 막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아예 정기 집계 발표를 중단했다. 키이우 시민들은 다시 지하철역과 지하주차장에서 잠을 잔다. 러시아는 이를 눈치채고 미사일 생산을 늘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온 요격미사일이 재고 부족에 시달리면서, 정말로 바닥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어하는 쪽이 먼저 뚫리고, 미국조차 새 전쟁에 나서기를 주저하며, 동맹국들은 공급 순서에서 뒤로 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AFP)
◇우크라 방공망 붕괴…美 억제력·동맹 신뢰도 흔들

이코노미스트는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드론과 순항미사일은 상당수 막아내고 있지만 러시아의 이스칸데르-M이나 킨잘 같은 탄도미사일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미사일을 잡을 수 있는 것은 패트리엇뿐인데, 요격탄이 동나 방공망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겨울을 앞두고 최소 300발을 요청했지만, 독일과 그리스, 폴란드, 스페인 등 여유가 있는 나라들도 내주기를 꺼리고 있다.

미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 국방부가 이란전에서 개전 전 패트리엇 재고의 3분의 2 가까이를 소진한 것으로 추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재개 위협에서 거듭 물러선 배경에도 이런 사정이 있다는 분석이다. 공격용 무기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보유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3000여발 가운데 3분의 1이 이미 소진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사일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 등을 견제하기도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압도적인 무력을 앞세워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미 헤리티지재단은 중국 인민해방군을 막으려면 패트리엇 요격탄이 1만 9000발 넘게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CSIS가 파악한 현 재고의 20배가 넘는다. 며칠 만에 재고가 동나고 일본과 괌의 기지도 쓸 수 없게 된다는 계산이다.

미 동맹국들 역시 뒷전이 되고 있다. 스위스는 미국에 주문한 패트리엇 인도가 최대 7년 늦어질 것으로 본다. 대만은 수년 전 주문한 102기가 올해 안에 들어올지 걱정한다. 최신형 요격탄인 PAC-3 MSE를 만드는 록히드마틴은 국방부가 물량을 빼갈 수 있어 어떤 해외 고객에게도 납기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호주와 독일, 일본, 네덜란드에 대한 토마호크 인도도 늦어질 수 있다. 동맹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가운데 오른쪽) 독일 국방장관이 2024년 6월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군 훈련장에서 양국 군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곳에서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운용 훈련을 받았다. (사진=AFP)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가운데 오른쪽) 독일 국방장관이 2024년 6월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군 훈련장에서 양국 군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곳에서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운용 훈련을 받았다. (사진=AFP)
◇“이겨도 밑지는 싸움”…메울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이 언제 풀릴지도 불투명하다. 재고를 메울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제조사들은 올해 PAC-3 생산을 연 600발에서 2030년대 초 약 2000발로 늘리기로 합의했으나 실제 계약은 아직 없다. CSIS는 재고를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2029년까지 걸릴 것으로 봤다. 그것도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1조 5000억달러(약 2120조원) 국방예산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전제에서다.

대안 무기들도 아직 멀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함께 만든 SAMP-T는 우크라이나 군 소식통들 사이에서 구형 PAC-2보다도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방산업체들이 PAC-3의 4분의 1 값에 만들겠다며 추진 중인 ‘프레이야’ 사업은 내년에야 시험을 시작한다. 록히드마틴의 저가형 ‘베이비 패트리엇’은 2028년에나 생산에 들어간다. 대만이 자체 개발한 톈궁 시리즈가 있지만 중국의 분노를 감수하고 이를 살 나라는 많지 않다. 레이저 무기는 아직 드론 상대로만 성과를 냈다.

애초에 셈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PAC-3 MSE 한 발 값은 400만~500만달러(약 57억~71억원)인데, 이란산 샤헤드 드론은 그보다 100배 이상 싸다. 게다가 명중률을 높이려 보통 두 발씩 쏜다. 사바 알사바 쿠웨이트군 대령은 최근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행사에서 “적이 중고차값으로 자폭 드론을 띄우는데 이쪽 답이 런던 소형 아파트값과 맞먹는 요격탄이라면, 교전마다 이겨도 교환비에서는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날아오는 화살 대신 활 쏘는 사람을 먼저 때리자는 대안도 거론된다. 데이비드 뎁툴라 전 미 공군 중장은 “가장 싼 요격탄은 애초에 쏠 필요가 없었던 요격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본토를 때리는 것은 미 본토에 대한 보복을 부르는 데다, 중국 로켓군이 재래식 미사일과 핵미사일을 함께 맡고 있어 자칫 핵 확전으로 번질 수 있다.

해법은 모두 시간을 요구한다. 그사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은 또 한 번의 혹독한 겨울을 지하에서 나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나라 정부들도 이를 남의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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