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재무부는 당초 9월9일부터 11월4일까지 10~30년물 국채를 최대 140억달러(약 19조4450억원) 규모로 사들일 예정이었다. 이를 최소 두 배로 늘리면서 바이백 규모는 28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전날 장중 5.33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30년물 금리는 이날 발표 이후 10bp가량 떨어져 5.18%까지 내려갔다. 달러 가치도 약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번 조치가 주목받는 것은 최근 장기금리 급등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장기금리는 모기지와 기업 대출 등 경제 전반의 차입비용을 끌어올린다. 동시에 막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연방정부의 이자비용도 키운다.
특히 베선트 장관은 취임 이후 10년물 국채금리를 경제정책 성과를 판단하는 주요 시장 지표로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지난해에는 자신을 “국가의 최고 채권 세일즈맨”이라고 표현하며 국채금리가 자신의 성과를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월가 “장기금리 우려한다는 명확한 신호”
재무부는 이번 조치가 장기물 시장의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장기 명목채 부문에서 시장 참가자들의 강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어 더 큰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해석은 다르다. 카메론 크리스 블룸버그 매크로 전략가는 “바이백 확대는 재무부가 시장을 주시하고 있으며 장기금리를 우려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존 브릭스 나티시스 북미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도 “금리가 너무 멀리 올라가면 재무부가 이를 막으려고 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제 어디가 재무부의 고통스러운 수준인지 일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백만으로 장기금리의 방향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잭 매킨타이어 브랜디와인글로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장기금리를 실제로 떨어뜨리는 것은 경기 둔화나 이란 분쟁의 해결”이라며 “아직 그런 상황에 도달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블룸버그)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사실상의 ‘재무부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재무부가 장기 국채를 바이백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단기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면 시장에 유통되는 장기채 물량을 줄이는 대신 단기채를 늘리는 효과가 생긴다. 장기채의 공급 부담을 낮춰 장기금리를 끌어내리는 구조다.
과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행했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단기 국채를 줄이고 장기 국채를 매입해 장기금리를 낮추는 정책이었다. 이번에는 주체가 연준이 아닌 재무부이고, 단기 국채 발행을 늘리는 대신 장기 국채를 바이백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체방크 글로벌 외환리서치 책임자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왔다”며 “재무부가 시장에서 듀레이션을 제거하기 위해 더 많은 단기 국채를 발행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는 베선트 장관이 최근 내놓은 일련의 시장 대응과도 맞물린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일본과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엔화 공동 매수에 나섰고, 최근 분기 국채발행 계획에서는 향후 장기채 발행을 줄일 가능성도 열어뒀다.
결국 관건은 바이백이 장기금리 급등의 속도를 늦추는 데 그칠지, 추세 자체를 바꿀 수 있을지다.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에 따른 회사채 발행 등 장기금리를 밀어올리는 구조적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조치는 시장에서 베선트 장관이 장기금리 상승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