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로봇까지 "팁 주세요"…美 소비자 '발끈'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0일, 오후 02:0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호텔의 한 술집에서 화면을 눌러 마르가리타를 주문하자 로봇 팔 두 개가 움직였다. 테킬라에 라임과 트리플섹을 섞더니 굳이 한 바퀴 돌고는 허리를 숙여 잔을 내밀었다. 값은 17달러(약 2만 3600원). 그런데 계산서에 10%짜리 ‘서비스 요금’이 따로 붙어 있었다. 로봇이 팁을 원한 것이다.

미국에서 로봇이 팁을 요구하는 일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 돈이 누구 주머니로 들어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로봇에 건넨 팁을 누가 갖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커피숍에서 로봇 바리스타가 손님에게 줄 커피를 만들고 있다. (사진=AFP)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커피숍에서 로봇 바리스타가 손님에게 줄 커피를 만들고 있다. (사진=AFP)
BBC방송은 19일(현지시간) 최근 자사 기자가 방문한 뉴욕의 한 카페에서 로봇 바리스타가 팁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또 뉴어크리버티국제공항에서는 직원이 없는 무인 계산대가 생수 한 병을 사는 손님에게 팁을 권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에선 결제 화면을 통해 팁을 권하는 곳이 부쩍 늘었고 제시되는 비율도 계속 높아졌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감정적 협박”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수준이다. 여기에 로봇까지 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팁 문화는 임금 구조와 맞물려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약 1만원)지만, 팁을 받는 노동자에게는 2.13달러(약 2960원)만 주면 된다. 나머지는 손님이 채우는 셈이다. 법은 노동자가 받은 팁을 회사나 업주, 관리자가 가져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그런데 로봇에 준 팁은 이 규정이 적용되는지가 불분명하다고 BBC는 지적했다.

문제는 역시 그 돈이 누구 주머니로 들어가느냐다. 일각에선 업주가 팁을 가로채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노동자들이 보복을 우려해 문제를 드러내지 않는 것도 실태 파악을 어렵게 한다.

홀로나 옥스 리하이대 정치학 부교수는 “일부 비양심적인 고용주가 로봇에 들어온 팁을 자기 몫으로 챙기고 있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방이나 바에서 일하는 사람이 보이더라도 팁은 회사로 갈 수 있다”며 “규칙이 없다”고 꼬집었다.

기업 쪽 설명은 다르다. 로봇 술집과 로봇 카페 측은 팁 전액을 직원들이 나눠 갖고 회사는 한 푼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로봇 카페는 손님들의 항의를 받아들여 팁 요구 화면을 껐고 직원 임금을 올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비용을 아끼자고 사람을 희생시키는 자동화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로봇 술집이나 로봇 카페는 기계의 신기함 자체가 상품이어서, 그 옆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자리도 로봇이 없었다면 애초에 생기지 않았을 자리다.

카테리나 베레지나 미시시피대 부교수는 “팁이나 서비스 요금은 로봇에 필요한 인건비나 개선 비용을 대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단체 원페어웨이지는 로봇 도입이 결국 낮은 임금을 유지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정작 소비자들은 팁을 낼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마이클 린 코넬대 명예교수는 사람들이 팁을 내는 이유가 좋은 서비스에 대한 보답이거나, 낮은 임금을 메워주려는 마음이거나, 안 내면 미움받을까 하는 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로봇에는 이 가운데 어느 것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한 연구에서 로봇 바텐더에게 팁을 내겠다고 답한 사람은 11%에 그쳤다. 다만 그 팁이 사람 직원에게 돌아간다는 조건을 붙이자 42%가 마음을 바꿨다.

린 교수는 이 관행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팁의 신 같은 건 없고 아무도 강요할 수 없다”며 “규범은 아래에서 위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이 등을 돌리면 기업이 알아서 접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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