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선박중개업체 브레이마르에 따르면 최대급 신형 선박과 비교적 최신형에 가까운 중고선 가격이 지난 분기 척당 1억 3000만달러(약 1800억원)를 넘어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초대형 유조선을 1년간 빌리는 용선료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해운사들이 운항을 꺼리자 산유국이 자국 원유를 실어 나를 선박을 직접 확보하기에 나섰고, 이러한 산유국들의 움직임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중고선이나 용선 수요가 특히 강하다.
브레이마르의 데이비드 홀랜드 선박 매매 부문 책임자는 산유국들이 자국 수출을 보다 확실히 통제하려 한다며 “중동 일부 수출국에는 선박 자산을 물리적으로 직접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체 선박을 보유하지 않은 이라크 등 산유국들은 구매자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위험을 감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큰 폭의 원유 할인을 제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사진=AFP)
이에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아드녹)와 쿠웨이트석유공사(KPC)는 걸프만에서 원유를 실은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뒤 해협 반대편에서 대기하고 있는 다른 유조선에 화물을 넘겨 최종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셔틀 운행’ 체계를 구축했다. 걸프만에서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중국이나 유럽 등 최종 목적지까지 직접 운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위험이 커지면서 가장 위험한 구간은 이를 감수할 수 있는 일부 선박이 반복적으로 운항하고, 해협 밖에서는 다른 대형 유조선이 화물을 넘겨받아 장거리 수송을 담당하는 구조가 구축된 것이다.
이를 위해 아드녹은 이달 8월 초대형 원유운반선 6척과 최대급 가스운반선 5척을 총 13억달러(약 1조 8000억원)에 인수했다. 이 선박들은 모두 즉시 아드녹의 원유 수송 지원에 투입될 예정이다. 회사 선박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은 늘어났지만 자체 보유 선박 덕분에 원유 수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FT는 짚었다.
다른 산유국들도 선박 확보에 관심을 보이면서 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최근 아시아의 여러 고객에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서만 수출되는 일부 원유 등급의 물량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우디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직접 화물을 운송하는 산유국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유조선의 수익성이 높아진 점도 선박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산유국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걸프 지역에서 원유를 가져가는 구매자들에게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면서 선박을 빠르게 확보해 현지에 투입할 경우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중개업체 클락슨스에 따르면 이번 주 최대급 유조선의 현물시장 수익은 20% 급등했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정도가 선주마다 달라지면서 선박 운항도 점차 양극화하고 있다. 클락슨스는 “위험한 항로는 훨씬 더 높은 보상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 데이터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단 29척의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전체 운항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해협을 오가는 셔틀 운송 물량을 가장 많이 맡고 있는 업체는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시노코·Sinokor)이다.
보텍사의 클레어 정먼 해양위험·정보 담당 이사는 “걸프 지역의 원유 수출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는 달라졌다”며 “항해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은 점점 이 항로를 반복적으로 운항하는 소수 선박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