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5bp(1bp=0.01%포인트) 오른 4.70%에 마감했다. 미 30년물 국채 금리도 4.4bp 상승한 5.24%를 나타냈다. 이는 베선트 장관이 전날 국채 바이백 규모 확대 방안을 발표하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사진=AFP)
베선트 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국채 환매 규모가 40억달러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르면 오는 24일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며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금리는 경제의 기초 여건(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은 재무부의 단기 대응보다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가장 큰 불안 요인은 미국 정부의 재정 상황이다. 미국 국가부채는 최근 40조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4월 39조달러를 돌파한 지 불과 몇 달 만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정부 재정적자가 경기 침체 상황이 아님에도 2조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베선트 장관은 재정적자가 올해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 것이라며 관세 환급 등 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재무부의 의지만으로는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나디 골드버그 TD증권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는 “재정적자 축소는 대부분 의회의 역할‘이라며 ”시장은 재무부가 이런 조치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AI 산업 투자 확대도 채권시장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채권시장 내 공급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채권 공급이 많아지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나 기존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결과적으로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미국 투자은행 맥쿼리는 미국 정부가 이번 분기에 재정 운영을 위해 약 55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와 기업 모두 채권 발행을 늘리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 우려도 채권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란과의 갈등으로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약 94달러 수준으로, 이란 전쟁 발발 전 약 72달러보다 크게 올랐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에 나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시장은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의 통화정책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워시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명확한 신호를 내놓지 않았고, 시장에서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 애널리스트는 ”차입 비용 상승의 핵심 이유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억제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라고 분석했다.
워시 의장은 금융시장이 연준의 움직임을 예상해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금리를 정해야 한다며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의 시장 개입은 이런 목표와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시장이 이제 재무부가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다음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까지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다음 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워시 의장이 향후 금리 정책 방향을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무부의 국채 환매가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금리 상승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UBS자산운용 전략가들은 일본과 영국의 사례를 들며 ”정부의 시장 개입은 일시적인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재정 상황, 인플레이션, 국채 공급 여건이 불리하면 차입 비용을 지속적으로 낮추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