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짓겠다고…정크본드 투자자에까지 손 벌린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3일, 오전 10:4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려는 기업들이 정크본드 투자자에게까지 손을 벌리고 있다. 신용등급이 우량한 채권인데도 정크본드 수준인 연 7%대 고금리에 발행돼 눈길을 끈다.

(사진=AFP)
(사진=AFP)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데이터센터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수십억달러를 끌어모으기 위해 점점 더 고수익 채권 투자자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센터 운영사 QTS리얼티트러스트는 이번 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연계된 미국 조지아주 시설 자금을 마련하려고 39억달러(약 5조 4132억원)어치 채권을 팔았는데, 우량 등급을 받고도 금리가 연 7.23%에 달했다. 중간 등급 정크본드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정크본드는 신용등급이 낮아 부도 위험이 큰 대신 금리를 많이 주는 채권이다. 반대로 우량채는 안전한 만큼 금리가 낮은 것이 보통이다.

블랙록도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데이터센터 사업을 위해 판 우량 채권에 연 7.53% 금리를 얹었다. 두 사례 모두 인수 주간사가 우량채 투자자뿐 아니라 고수익 채권 투자자에게도 물량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우량 등급 사업이 정크본드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겨우 발행을 마칠 수 있다는 것은 AI 인프라를 둘러싼 자금 확보 경쟁이 그만큼 뜨겁다는 뜻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올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투자를 위해 빌린 돈만 4100억달러(약 569조원)를 넘어섰다.

스티븐 슈바이처 어드벤트캐피털매니지먼트 고수익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고수익 투자자들이 우량 기술채 시장에 관광객처럼 드나들고 있다”며 “재무 상태가 튼튼한 기업을 정크본드 수준 금리에 살 수 있다면 들러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크본드 투자자가 기회를 노려 우량채를 사들이는 일이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도 많은 운용사가 값이 싸 보이는 우량 채권을 사들였다.

다만 지금은 대형 기술기업들이 전례 없는 규모로 돈을 빌린다는 점이 다르다. 이들은 수십 년간 투자금을 주식 발행으로, 나중에는 본업에서 나오는 현금으로 충당해 왔다. 그러나 AI에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고 성과가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어 빚으로 자금을 대는 방식은 그만큼 위험하다.

유통시장에서도 신호가 나타난다. 오라클과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의 우량 채권이 정크본드에 가까운 금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들이 다시 채권을 발행하려면 투기등급 수준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마크 말렉 시버트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술기업들이 돈을 빌리고는 있지만 높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며 “바로 거기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빚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뱅가드그룹은 이번 주 보고서에서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대형 기술기업들이 올해 AI에 8000억달러(약 1110조원) 가까이 쓰고, 2027년부터 2030년까지는 해마다 1조달러(약 1388조원) 넘게 지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부분은 채권시장에서 조달될 돈이다.

높은 금리가 AI 관련 채권의 매수 기반을 넓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미국 정크본드 시장 규모는 약 1조 5000억달러(약 2082조원)로 우량채 시장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사고팔기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스와보미르 소로친스키 크라운에이전츠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채권 부문 글로벌 CIO는 “정크본드 보유자들이 AI 열풍에 올라타고 싶어도 들고 있던 정크본드를 사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며 “평소에도 쉽지 않은데 유동성이 마르는 여름에는 더 그렇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기술기업의 조달 비용 상승이 결국 신용등급이 낮은 업체들의 채권 발행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덩치가 큰 기업은 수익이 나기까지 몇 년이 걸려도 AI 인프라에 먼저 돈을 쓸 여력이 있지만 자금 여유가 적은 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이런 차입자들에게 가산금리 확대는 훨씬 무거운 제약”이라며 “조달 비용이 앞으로 나올 물량을 조절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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