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등 이란 최고위 정치인들은 6개월째 이어지는 전쟁을 끝내고 붕괴 위기에 놓인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21일 ISN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은 언젠가 끝나야 한다”며 “오늘 우리의 힘과 존엄을 보여주고 세계에 우리가 승리했으며 전쟁을 끝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20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이란·이라크 기업인 간담회에서 “우리가 아무리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더라도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국가에 자금이 돌지 않으며 경제 성장이 없다면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전쟁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평화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 중심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AFP)
반면 이란 강경파는 미국의 경제 제재에 굴복해선 안 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렛대 삼아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측근으로 알려진 호세인 타엡 바시즈(민병대) 사령관은 이란 내 보수강경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반관영 매체 파르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제 전쟁 선언에 대해 “적은 주도권을 잃었으며 다른 방법을 통해 상황을 바꾸려 하고 있다”며 “우리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서기인 모흐센 레자이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를 적으로 간주한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미국에 대한 불신이 큰 이란 강경파는 무력 충돌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틈을 이용해 추가 전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 아브돌라히 이란군 참모총장은 국영TV가 보도한 탄도미사일 제조 지하 공장 방문 자리에서 “이 공장은 과거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성능과 품질을 갖춘 장비를 양적으로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이란의 미사일 능력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란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전쟁을 종식할 목적으로 경제 고립 작전을 추진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을 상대로 한 구체적인 추가 제재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산 원유의 80% 이상을 수입하는 중국을 향해서도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추가 제재에 대해 “금융기관, 기업, 공항, 정부 기관 등이 어떤 형태로든 이란에 생명줄을 제공하도록 허용하는 국가는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이는 경제 분야의 디데이(대규모 상륙작전)가 될 것”이라며 “모든 동맹국은 미국과 함께 이란 위협을 고립시키고 물리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종전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이 마련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대이란 경제 고립 작전이 협상 진전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양측은 현재 무력 충돌은 자제하고 있지만 협상을 추진할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양국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른 60일간의 협상 시한은 지난 17일 만료됐다.
이란 문제 전문 독립 연구자인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경제난 심화를 유발해 더 큰 양보를 받아내려 하겠지만, 이 같은 압박은 이란이 체면을 지키면서 협상에 나서기 어렵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대니 시트리노비츠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양측 모두 필요한 타협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는 긴장이 완화되기보다 고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