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비트코인 날았다...돌아온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3일, 오후 05:09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 국가부채가 40조달러(약 5경 5520조원)를 넘어선 가운데 달러 가치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금과 비트코인으로 몰리고 있다.

23일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7만 618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20% 이상 급등한 것이다.

지난 21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680.6달러를 기록해, 일주일 새 5.5% 상승했다.

(사진=AFP)
(사진=AFP)
올해 상반기 AI 관련 주로 글로벌 유동성이 이동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비트코인과 금이 나란히 급반등한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1월 약 9만 5000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6월 말 6만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금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1월 5300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6월 약 4000달러까지 떨어졌다.

AP통신은 두 자산의 급반등 배경으로 화폐 가치 하락 가능성에 대비한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의 재부상을 꼽았다.

이번 랠리를 촉발한 건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조기 환매) 확대 발표였다. 재무부는 지난 14일 장기 국채 금리를 낮추기 위해 다음 달부터 환매 규모를 기존 2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두 배 늘리고 필요하면 추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유통되는 장기 국채 물량을 줄여 채권 가격을 높이고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노린 조치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그런데 시장은 이를 정부가 차입 비용을 낮추기 위해 채권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미국 국가부채는 재무부 조치가 발표된 같은 날 사상 처음으로 40조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5개월 전인 3월 39조달러를 기록한 뒤 다시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이는 달러 가치 하락 우려를 키웠다. 정부가 높은 부채 부담 속에서 금리 상승을 억제하려 할 경우 장기적으로 달러의 실질 가치 하락을 용인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한 것이다. 실제 재무부 발표 직후 달러 매도세가 나타났다.

여기에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 금리가 실제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달러 가치가 흔들리자 가치 저장 수단으로 여겨지는 자산에 눈을 돌렸다.

비트코인은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숏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더 급격하게 상승했다. 비트코인이 6만7000달러 저항선을 돌파하자 하락을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다시 매수했고, 이는 가격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운 것이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금요일까지 40억달러 이상의 가상자산 하락 베팅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아울러 비트코인에는 정책 변화 기대감도 반영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백악관 가상자산 회의에서 의회에 친가상자산 성격의 클래리티(Clarity) 법안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클래리티 법안은 일정 수준 이상 탈중앙화된 가상자산 자산은 ‘디지털 상품’으로 규정하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주요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엄격한 증권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낮아지고,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돼 기관투자자 유입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법안이 “미국이 중국과 다른 국가보다 앞서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셀릭 CFTC 위원장도 “가상자산 산업 지원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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