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CNN은 이란 사회의 오래된 문화적 갈등인 히잡 착용 의무화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미국과의 군사 충돌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정부 지지 집회와 국영 매체에서도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의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당국이 전쟁 대응과 경제 위기 관리, 안보 조직 재편 등 현안에 집중하면서 복장 단속이 느슨해지면서다.
한 여성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이란 국기를 들고 “남편이 군 복무 중이며 그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이란 테헤란 바나크 광장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이 이란 국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사진=AFP)
국영 매체들은 최근 카페와 식당 등이 히잡 규정 위반을 이유로 폐쇄된 사례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당국은 ‘사회 규범 위반’, ‘정숙함 훼손’ 등 모호한 표현을 활용해 단속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잡 거부 움직임의 뿌리는 2022년 전국적으로 확산한 ‘여성·생명·자유(Woman Life Freedom)’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히잡 착용 문제로 체포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 구금 중 사망하면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당국은 강경 진압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시위 이후 사회 분위기는 달라졌다. 경고와 간헐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특히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히잡 의무 규정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기 가수 파라스토 아마디다. 그는 지난해 유튜브 생중계 공연에서 머리를 가리지 않은 채 무대에 오른 뒤 올해 태형 74대와 2년간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젊은 여성들이 헬멧만 착용한 채 히잡 없이 스쿠터를 타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여성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모인 행사 영상도 확산하며 전통 규범에 저항하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란에서 여성의 오토바이 운전은 이슬람 율법과 복장 규정을 이유로 금기시돼 왔다. 이란 경찰법 등 실무 규정상 오토바이 면허 발급 대상도 남성으로 하고 있다.
보수 강경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보수 성향 신문 카이한의 편집장 호세인 샤리아트마다리는 히잡 단속이 공무원의 법적·종교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테헤란 금요기도회 지도자인 모하마드 자바드 하지 알리 아크바리도 “부적절한 복장을 조장하는 조직적 움직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파한에서 열린 한 히잡 거부 규탄 집회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은 이스라엘의 무료 병사”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이는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들을 국가에 충성하지 않는 존재로 묘사하는 이란 강경파의 프레임을 반영한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에게 히잡 착용을 의무화했다. 현행 이슬람 형법 638조는 공공장소에서 ‘이슬람식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2024년 승인된 강화된 히잡 법안은 처벌 확대와 감시 체계 도입을 담았지만 국가안보최고회의 개입 이후 시행이 중단됐다. 정부 역시 대규모 단속에 나서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란 정치인들은 히잡 논쟁보다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히잡 문제와 관련해 “법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정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강제 규제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행동 변화는 문화와 믿음의 문제이며, 사람들에게 믿음을 강제로 심을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