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로봇은 달렸고, 中은 앞서 갔다…규제에 허덕이는 韓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4일, 오후 05:10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 국가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개막한 제2회 세계휴머노이드로봇운동회. 첫날 100m 예선 경기에서 ‘톈궁 울트라’ 모델은 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9.39초의 기록으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승 기록(21.50초)를 절반 이상 단축했다.

로봇의 운동 성능만큼 놀라운 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다. 이번 대회는 작년과 달리 대부분 종목에서 완전 자율을 적용했다. 로봇이 스스로 주변 환경과 사물을 인식해 트랙 위를 달리거나 축구공을 차고, 라켓으로 테니스공을 받아낸다. 경기장에서 로봇과 탁구 대회를 펼친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딩닝은 “높이와 각도를 바꿔서 공을 보냈는데도 다 받아냈다”고 평가했다. 주변 환경과 사물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피지컬 AI(인공지능)’를 상당 부분 구현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19일부터 일주일 동안 이어진 ‘로봇 슈퍼 위크’를 통해 새로운 기능의 모델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 직접 경기장을 뛰고 공장·가정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로봇을 차세대 제조업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미 중국에서 로봇은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형성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작년 로봇 기업의 전체 영업이익은 3000억위안(약 62조원)을 초과해 5년간 연평균 성장률 20%를 기록했다.

한국은 어떤가. 국내 휴머노이드 산업은 아직 계획과 실증 단계다. 지난 4월 제1차 규제합리화위원회에서 로봇 메가특구 추진 방안이 나왔으나 무인소방로봇의 도로 통행, 실외이동로봇의 공원 내 영업 등을 정하는 단계다. 이마저 법 제정이라는 절차를 넘어야 한다. 중국 로봇운동회가 한국에 던지는 화두는 ‘로봇이 몇 초에 달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로봇에게 실제 일을 맡길 것인가’다. 피지컬 AI 시대의 승부는 로봇을 잘 만드는 것보다 로봇이 일할 현장과 데이터를 먼저 확보하는 것에서 갈린다. 중국은 로봇이 일할 현장과 데이터를 확보하며 앞서 나갔다.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휴머노이드로봇운동회 중 400m 경기가 열리고 있다. (사진=AFP)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휴머노이드로봇운동회 중 400m 경기가 열리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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