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한 가정에서 두 남매가 함께 있는 모습. (사진=AFP)
지원책에는 싱가포르에서 태어나는 아이에게 매년 2000싱가포르달러(약 218만원)의 아동 크레딧을 주고, 5000싱가포르달러(약 545만원)의 ‘첫걸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여기에 출산축하금까지 더하면 17세가 될 때까지 받는 직접 지원금이 7만싱가포르달러(약 7624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가장 큰 환호가 터진 대목은 주택이었다. 자녀가 있거나 임신 중인 가정은 공공주택 청약 때 아이 수만큼 추첨권을 더 받는다. 경쟁이 치열한 공공주택 당첨 확률이 크게 올라가는 셈이다. 육아휴직 일수도 늘어난다.
배경에는 심각한 저출산이 있다. 싱가포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7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인구 610만명 가운데 자국민은 60%에 불과하고, 초고령사회 진입도 눈앞이다.
싱가포르는 1987년 인구정책을 뒤집은 뒤 40년 가까이 돈을 쏟아부었다. 결혼·출산 지원 예산은 2000년대 초 5억싱가포르달러(약 5446억원)에서 8억싱가포르달러, 16억싱가포르달러, 20억싱가포르달러로 계속 불어나 누적 40억싱가포르달러(약 4조 3567억원)를 넘어섰다.
정부는 지난 2월 올해 회계연도에만 관련 사업에 70억싱가포르달러(약 7조 6243억원)를 쓰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출산율 그래프는 한 번도 반등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돈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지적한다. 샘 얌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학원 부학장은 부모들이 아이를 갖는 대신 포기해야 할 삶의 질과 자유를 저울질한다며 “이들이 말하는 건 주머니 속 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아이가 있거나 계획 중인 사람들에게 주는 지원을 두고 “정부가 이미 표를 사서 극장에 앉아 있는 모두에게 요구하지도 않은 5달러를 돌려주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웡 총리의 연설 며칠 전 공개된 유고브 조사에서는 18~44세 싱가포르인의 3분의 1가량이 어떤 정부 정책도 출산 의향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저렴한 유아교육과 보육은 출산을 유도할 수 있는 조치 1순위로 꼽혔다.
당사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오는 11월 첫아이를 기다리는 제이슨 간(28)은 “재정적으로 한숨 돌리게 됐다”면서도 “저처럼 곧 부모가 되는 사람에게는 좋지만 이게 장기적 해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잉이(24)는 “우리 중 일부는 아이를 낳아 그저 쳇바퀴 도는 경쟁에 밀어넣고 기계 부품으로 만들 생각이 없다”며 “늘 남들을 따라가야만 한다”고 했다.
웡 총리는 한계도 인정했다. 그는 싱가포르가 자국민 다수를 유지하면서도 이민자를 계속 받아들여야 한다며 “앞으로 전체 인구도, 노동력도 더 천천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저출산은 싱가포르뿐 아니라 아시아 전반의 문제다. 중국 출생률은 지난해 사상 최저로 떨어졌고 일본 출산율도 최저치를 새로 썼다. 대만은 지난 5월 6~18세를 대상으로 정부 보조 투자계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출산율은 결혼이 회복 조짐을 보이며 2년 연속 올랐지만 0.8명에 머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