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거래 제3국까지 제재…"경제적 D데이" 예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5일, 오전 12:42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을 달러 기반 금융시스템에서 차단하는 강력한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준비하고 있다.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이란 전쟁을 끝내기 위해 군사적 압박에 이어 이란의 대외 경제관계를 끊는 전방위 경제봉쇄에 나서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 등 이란의 주요 교역 상대국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제재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오후 1시 이란을 국제경제에서 더욱 고립시키기 위한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란과 경제관계를 유지하는 기업과 기관에 대한 2차 제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란과 계속 거래할 경우 달러 기반 금융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방식이다.

베선트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이날을 “경제적 D데이(economic D-Day)”라고 규정하며 “적국을 상대로 동원된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 공세”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테헤란이 홀로 설 때까지 폭압적인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줄을 끊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제재 칼날 이란 넘어 제3국으로

이번 조치의 핵심은 제재의 칼날이 이란 내부를 넘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미 재무부는 이미 이란산 원유 거래와 무기 구매 자금 조달을 도운 혐의로 중국과 홍콩의 일부 기업 등에 2차 제재를 가해왔다. 이번에는 원유 운송업체와 구매자, 이란의 수입대금 결제를 돕는 환전업체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항공 분야까지 제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관건은 중국이다. 중국은 수년간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소규모 기업 등을 제재하면서도 중국 대형 금융기관 등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자제해왔다.

특히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예상되는 만큼 미국으로서도 중국과의 전면적인 경제충돌은 부담이다. 중국이 핵심광물 수출 제한 등으로 맞대응할 가능성도 미국이 고려해야 할 변수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리알 사상 최저…원유 수출도 사실상 중단

이란 경제는 이미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80%를 웃돌고 있다. 리알화 가치는 이날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지난 1월과 비교하면 약 25% 떨어졌다.

핵심 자금원인 원유 수출도 크게 위축됐다. 미국이 지난달 중순 이란 항구 봉쇄를 재개하면서 중국으로 향하던 이란산 원유 수송이 크게 줄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도 지난주 자국의 원유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 같은 경제적 압박을 통해 군사작전으로 얻지 못한 협상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 수주 동안 상대방 군에 대한 공습을 하지 않았지만 공식적인 대면 종전협상은 지난 6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이란 “경제전쟁 동참은 전쟁행위”…호르무즈 긴장 고조

문제는 경제봉쇄 강화가 다시 군사적 충돌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전날 “미국의 이란 국민에 대한 경제전쟁에 참여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모든 국가를 전쟁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도 자국의 허가를 받으라고 재차 경고했다. 이란 측은 규정을 위반했다는 선박 45척의 명단까지 공개하고 이들 선박과 해상 환적을 하는 선박에도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레자이는 경제전쟁이 계속되면 “호르무즈 해협은 물론 페르시아만 어디에서도 단 한 방울의 원유도 수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연안 얀부항 서쪽에서는 유조선 한 척이 발사체에 맞아 화재가 발생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가 피격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란과 연계된 후티 측은 해당 해역에서 선박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테헤란 아자디 광장에 전시된 이란산 졸파가르 미사일 (사진=AFP)
이란 테헤란 아자디 광장에 전시된 이란산 졸파가르 미사일 (사진=AFP)
◇파키스탄·오만 중재외교…제재 수위가 변수

경제적 압박이 강화되는 동시에 외교적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종전 협상의 주요 중재자로 떠오른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테헤란을 방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무니르 참모총장과 통화했으며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문제가 주요 요청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5일에는 오만 외무장관도 테헤란을 방문한다. 오만 역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왔다.

결국 이날 발표의 핵심은 미국이 이란 자체에 대한 제재를 넘어 중국 등 제3국과의 경제관계를 어디까지 차단하느냐다. 강력한 2차 제재는 이란 경제에 상당한 추가 압박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충돌이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보복으로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와 글로벌 공급망에 다시 충격을 줄 위험도 있다. 미국이 예고한 ‘경제적 D데이’가 종전 협상을 되살릴 압박 카드가 될지, 새로운 확전의 불씨가 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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