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맞선 이란 선택지는? "호르무즈 봉쇄부터 사이버공격까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5일, 오전 03:34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이 이란의 경제적 고립을 강화하면서 이란의 대응 카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약 6개월간의 전쟁에도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란이 경제제재에 맞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다시 높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란 테헤란 아자디 광장에 전시된 이란산 졸파가르 미사일 (사진=AFP)
이란 테헤란 아자디 광장에 전시된 이란산 졸파가르 미사일 (사진=AFP)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이란의 추가 대응 수단을 크게 세 갈래로 분석했다. 중동의 원유 수송을 추가로 차단하거나, 미국과 가까운 걸프 국가를 공격하고, 서방을 상대로 사이버공격 등 비대칭 수단을 동원하는 방안이다.

◇호르무즈 틀어막아 국제유가 흔들기

가장 강력한 카드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쟁 이전 세계 에너지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던 이곳의 통항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맞서 “경제전쟁이 계속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은 물론 페르시아만 어디에서도 단 한 방울의 원유도 수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통항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최근 일부 유조선의 운항이 재개됐지만 물동량은 여전히 매우 낮다. 이란은 전날 자국이 정한 호르무즈 통항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조선 45척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란은 지난 6개월 동안 미사일과 드론, 고속정을 동원해 걸프 해역의 유조선을 위협하거나 공격했다. 이 같은 공격과 위협은 지난 6개월간 반복적으로 국제유가를 끌어올렸다.

홍해도 변수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선박의 홍해 통항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호르무즈를 피해 홍해로 우회한 사우디의 원유 수출로까지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해운업체들도 최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피해 항로를 변경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날 사우디 홍해 연안의 주요 원유 수출항인 얀부 인근에서도 선박 한 척이 공격받았다.

◇걸프 산유시설 공격…美에 ‘유가 충격’

두 번째 카드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과 가까운 걸프 국가에 대한 공격이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봉쇄에 동참하는 주변국에 ‘지진과 같은 힘’으로 보복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란은 전쟁 기간 걸프 국가와 요르단을 반복적으로 공격했다. 주로 미군 기지를 겨냥했지만 에너지 인프라 등도 공격 대상이 됐다.

특히 원유·천연가스 생산시설에 대한 공격은 유조선 공격보다 에너지가격에 더 큰 충격을 주고 그 영향을 되돌리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이는 이란이 미국에 경제적·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중동의 에너지 공급이 줄어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면 물가 안정에 어려움을 겪는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걸프 국가의 발전소와 담수화 시설 역시 잠재적인 취약 지점이다. 고온·건조한 걸프 지역에서는 담수화 시설이 생활용수 공급의 핵심이다. 이런 기반시설이 공격받으면 미국과 가까운 걸프 왕정의 경제·사회적 안정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이들 국가는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금융허브 역할을 하고 있어 공격의 파장이 에너지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사진=AFP)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사진=AFP)
◇서방에는 사이버공격…비대칭 보복 가능성

미국과 유럽을 직접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란의 주력 미사일과 드론 사거리 밖에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이란 혁명수비대가 과거 활용해온 사이버공격이나 현지 조직·인물을 이용한 비대칭 공격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영국 정부는 이날 이란과 연계된 해커들이 소규모 전력시설을 마비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 역시 미네소타주의 상수도 시설을 겨냥한 사이버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과거 현지 인물을 포섭해 공격이나 암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제재 강화할수록 보복 위험…‘압박→협상’ 계산 통할까

결국 미국이 추진하는 경제적 고립 전략에는 역설적인 위험이 있다. 이란 경제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질수록 이란이 협상에 나설 유인이 커질 수 있지만 동시에 국제 에너지시장을 볼모로 보복에 나설 유인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 주목되는 대응 카드는 호르무즈와 홍해의 원유 수송을 추가로 압박하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가 이란의 원유 수출과 금융거래를 막는다면 이란은 다른 중동 국가 역시 원유를 자유롭게 수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맞설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관건은 미국의 2차 제재에 중국과 걸프 국가 등이 얼마나 동참하느냐다. 이란이 이를 실질적인 경제봉쇄로 판단할 경우 호르무즈 통항 제한이나 주변국 공격을 강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의 ‘경제적 고립’ 작전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수단이 될지, 아니면 에너지 수송로와 걸프 지역을 다시 전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지가 다음 국면을 가를 전망이다.

지난 7월 2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중심부 좀후리 거리에서 차량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는 대형 옥외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AFP)
지난 7월 2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중심부 좀후리 거리에서 차량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는 대형 옥외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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