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한 한식당 메뉴판에 쓰인 AI 생성 냉면 사진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
메뉴판에는 물냉면, 비빔냉면을 비롯해 쟁반막국수와 온족발 또는 불족발 세트 등 외국에 사는 한국인이라면 그리워할 만한 한국적인 음식이 담겼다.
문제는 메뉴를 표현한 사진이었다. 특히 냉면의 경우 면발이 마치 그물망 모양처럼 규칙적으로 얽혀있어 실제 음식과 다른 큰 괴리감을 줬다.
실제 최초로 글을 올린 작성자도 “친구는 보기만 해도 속이 메슥거린다며 흐린 눈으로 메뉴를 고르고 메뉴판을 엎어놨다”라고 적었다.
AI가 만든 어색함은 모든 음식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 특히 면발을 표현하는 부분이 상당히 부자연스러웠다. 물냉면, 비빔냉면은 물론 쟁반막국수에서도 국수가 가닥가닥 간격을 두고 얼기설기 올려져 있는 것처럼 표현돼 누리꾼의 지적이 쏟아졌다. 또 질감이나 식감도 전혀 표현하지 못했다.
누리꾼들은 “냉면이 징그럽게 느껴지긴 처음이다”라며 “외계 문명이 상상한 지구의 음식 같다” 등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글 작성자는 해당 식당의 과거 메뉴판과 현재 메뉴판을 비교한 사진도 공유했다. 그는 구글 리뷰를 찾아본 결과 “예전 메뉴판은 소담하고 정갈해서 더 눈물 나온다”고 적었다.
AI 음식 사진으로 교체한 메뉴판(위)과 과거 메뉴판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
미국 음식 전문매체 이터는 AI가 만든 음식 사진이 식욕을 떨어뜨리는 원인을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에서 찾았다.
불쾌한 골짜기란 로봇이나 컴퓨터 그래픽 속 인간이 실제 사람과 매우 흡사하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다를 때, 오히려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AI가 만든 음식 사진도 익숙한 음식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더라도 실제와 미세하게 어긋나는 지점에서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음식에서는 이 차이가 특히 민감할 수 있다. 음식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실제로 입에 넣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인류학자 존 앨런은 이터에 “음식의 모습에 대한 경험과 기억이 이것이 먹을 만한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만드는 데 익숙한 음식이 조금만 이상하게 보이면 상한 음식이나 곰팡이, 기생충처럼 무언가 잘못된 것을 연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음식 사진으로 논란이 된 사례들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
더 흥미로운 것은 AI라고 알려주는 순간 평가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사진의 출처를 공개하자 실제 음식 사진이라는 정보는 음식의 매력을 높였지만,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긍정적인 효과가 약해졌다. 즉 이미지 자체가 그럴듯하더라도 ‘AI로 만든 음식’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소비자의 호감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자영업자들이 AI 사진을 쓰는 이유는 비용 절감에 있다. 키워드 몇 개만 입력하면 메뉴판과 SNS에 올릴 이미지를 단 몇 분 만에, 비용 부담 없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AI로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지가 실제 제공되는 음식과 지나치게 다를 경우에는 법적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국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식품에 대해 거짓·과장된 표시나 광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AI 이미지가 실제 제공되는 음식과 현저하게 달라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경우에는 법적 제재가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