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4조원 투자에도 안보는 별개?…트럼프가 바꾸는 한미동맹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7일, 오후 03:00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하면서 3500억달러(약 484조4000억원) 규모의 한국 대미투자 이행 문제가 한미 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이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약속한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훈련 축소 결정까지 나오면서 한미 관계에서 경제 현안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뉴시스)
지난해 8월(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뉴시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미 국방부에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훈련에 비용이 많이 들고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는 이유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미 투자와 관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DC에 도착한 시점과 맞물렸다.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폴리티코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한국의 투자 집행이 일본보다 더딘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결정에 일부 영향을 줬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의 이른바 ‘상호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27일 오전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약 484조 4000억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한미 관계의 중심축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시 드라우트-베하레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대규모 투자가 미국의 한국 안보 공약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사동맹을 중심으로 한 관계에서 통합된 산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관계로 바뀌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한미 협력의 기반에서 안보보다 경제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뒤에도 연합훈련을 취소했다.

올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에는 한국군 약 1만8000명이 참가했다. 미군 참가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UFS의 뿌리는 195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국방비와 대미 투자를 늘리더라도 미국의 군사적 관여를 보장받는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니퍼 캐버나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 선임연구원 겸 군사분석국장은 “동맹국이 국방비 지출 확대나 경제적 유대 강화를 통해 미국의 군사적 공약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교역이나 조선 협력은 미국의 아시아 군사 주둔 규모와 별개로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미 경제 관계는 반도체와 전기차, 조선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성장과 맞물려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40억달러(약 5조5400억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신제품 생산라인과 미국 사업 지원에는 별도로 100억달러(약 13조84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경쟁을 겨냥해 추진하는 미국 제조업 재건 정책에서도 주요 투자 주체로 떠올랐다.

다만 미국의 아시아 군사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전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훈련 축소가 “미국이 안보와 경제 파트너로서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동맹국들의 우려를 더욱 키운다”고 말했다.

훈련 축소에도 북한은 군사 행동을 이어갔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발을 발사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명예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북한 문제에서 미국의 신뢰와 협상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스 명예회장은 더 큰 위험으로 한국의 독자 핵무장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경우 중국과 일본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나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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