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시간) 방문한 SK하이닉스 인디애나 팹 공사 현장에 대형 크레인과 중장비, 건설 자재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정면에 보이는 구조물이 클린룸 공사 현장이다. 현재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실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사진=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전체 부지는 133.5에이커(약 16만3000평). 미식축구장 약 100개를 펼쳐놓은 크기다. 김현중 SK하이닉스 인디애나 팹 건설팀장은 “미국 현지 지반에는 한국 공장 부지와 달리 단단한 암반층이 없어 건물을 지탱하기 위해 더 굵고 깊은 파일을 박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팹은 2층에 클린룸을 두는 구조로 건설된다. 클린룸 아래 1층에는 펌프와 스크러버 등 각종 설비가 들어간다. 현장에서는 1층 바닥 공사가 약 90% 진행된 상태였다. 오는 10월부터 주요 설비 공사를 시작해 2028년 10월 클린룸을 완공하고 2029년 하반기 차세대 HBM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첫 HBM 생산거점으로 웨스트라피엣을 선택한 배경에는 불과 수㎞ 옆에 자리한 퍼듀대학교가 있다.
이날 방문한 퍼듀대 버크 나노테크놀로지센터(Birck Nanotechnology Center)에서는 연구진과 학생들이 반도체와 나노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곳은 차세대 반도체 소자부터 3차원(3D) 집적·패키징까지 폭넓은 연구를 수행하는 퍼듀대의 핵심 나노기술 연구시설이다.
SK하이닉스와 퍼듀대의 협력은 단순한 인재 공급에 그치지 않는다. 양측은 차세대 로직·메모리 통합과 HBM을 포함한 첨단 패키징 기술을 공동 연구한다. SK하이닉스는 팹 내부에도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예정이다.
천지홍(Zhihong Chen) 버크 나노테크놀로지센터 연구소장과 요르크 아펜젤러(Joerg Appenzeller) 퍼듀대 교수의 설명을 종합하면 두 기관 협력의 핵심은 산업과 연구의 물리적 결합에 있다. 퍼듀대의 연구시설과 인재, SK하이닉스의 실제 생산기반을 한 지역에 묶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 현장으로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퍼듀대 측은 SK하이닉스가 이 지역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는 일종의 ‘앵커 기업’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생산시설 하나를 유치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기관, 인재가 함께 모이는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100개 이상의 협력사와 현지 공급망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퍼듀대 버크 나노테크놀로지센터 내 클린룸 시설 모습 (사진=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인디애나 팹의 또 다른 의미는 HBM 경쟁에서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메모리다. AI 가속기의 성능을 높이려면 메모리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이를 어떻게 쌓고 연결해 고객 시스템에 최적화하느냐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인디애나 팹이 일반적인 반도체 전공정 공장이 아니라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로 설계된 이유다. 한국에서 최첨단 HBM 웨이퍼를 생산한 뒤 미국으로 가져와 패키징과 테스트를 거쳐 현지 고객에게 공급한다. 한국의 제조 경쟁력과 미국의 AI 생태계를 하나의 생산체계로 묶는 구조다.
이는 공급망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생산한 HBM을 미국 고객에게 공급해왔다면 앞으로는 제품 완성 단계인 첨단 패키징과 테스트까지 미국 현지에서 수행하게 된다. 미국 AI 생태계 가까이에서 고객별 요구에 대응하고 차세대 제품을 공동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셈이다.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실물.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 팹에 생산시설만 두지 않고 약 1000명의 생산·엔지니어링·R&D 인력을 배치하고 연구개발 테스트베드까지 구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디애나 프로젝트는 단순히 한국의 HBM 공장을 미국에 짓는 투자가 아니라, 한국에서 HBM 웨이퍼를 만들고 미국에서 첨단 패키징과 테스트를 거쳐 미국 AI 고객에게 공급하는 새로운 한미 반도체 분업체계를 구축하는 시도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가 웨스트라피엣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산시설과 퍼듀대의 연구·인재 역량, 미국 AI 고객과 현지 공급망을 한곳에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9년 이곳에서 나올 첫 ‘메이드 인 USA HBM’의 의미가 단순한 미국 현지 생산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방문한 SK하이닉스 인디애나 팹 공사 현장 모습 (사진=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