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오펙 탈퇴 검토…美 석유 장악 가속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8일, 오전 08:46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석유수출기구(OPEC·오펙) 창설 멤버인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압박으로 60여년만에 오펙 탈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핵심 유전 인수에 나서는 등 석유 산업 장악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까지 오펙을 탈퇴할 경우 중동의 에너지 시장 영향력이 한층 낮아질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오펙 탈퇴 검토…美 석유 장악 가속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 정부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오펙 탈퇴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UAE가 오펙 탈퇴 결정을 내린 지 4개월 만이다. 지난 6월에는 이라크도 오펙의 산유량 제한에 불만을 표출하며 탈퇴를 거론한 바 있다.

미 악스오스 등에 따르면 미국은 또 베네수엘라 내 주요 유전의 지분이나 장기 운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협상안 가운데는 일부 유전을 미국 측에 100년간 임대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대상 유전과 지분 규모, 계약 조건 등은 달라질 수 있다. 백악관과 베네수엘라 정부는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협상 대상은 베네수엘라 유전 가운데 생산성이 가장 높은 10여곳의 핵심 유전으로, 과거 정권의 핵심 측근이나 중국 자본이 통제했던 자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협상이 성사되면 미국의 석유 비축량은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미 정부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이 계약을 단지 ‘크다’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오펙 탈퇴 및 미국의 유전 인수는 미국이 다른 국가의 핵심 자원 산업에 직접 개입하는 이례적인 사례가 될 전망이다. 서반구에서 미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돈로 독트린’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돈로 독트린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과 19세기 미국의 대외정책인 먼로 독트린을 결합한 표현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사업을 장악할 경우 미국의 원유 공급 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오펙의 영향력을 낮출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판매를 미국이 통제하고 판매 대금을 미국 은행 계좌에 보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구상과도 일치한다.

특히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해협의 상업용 선박 운항 차질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대체 공급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마두로 체포 이후 대베네수엘라 제재를 일부 완화해 미국 석유회사와 유전 서비스업체의 현지 복귀를 허용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현재까지 베네수엘라산 원유 판매를 통해 확보한 수익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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