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령 군주' 노르웨이 하랄 5세 국왕 89세로 별세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8일, 오후 09:20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유럽 최고령 군주인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가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노르웨이 왕실은 28일(현지시간) “하랄 5세 국왕이 오늘 서거했음을 알리게 돼 매우 슬프다”며 “국왕은 오늘 오전 6시35분, 오슬로 대학병원에서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밝혔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나라 전체가 슬픔에 빠졌다”며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랄 5세는 노르웨이 국민에게 한결같은 믿음을 보여줬고, 우리가 우리 자신과 서로에게서 가장 좋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애도를 표했다.

하랄 5세는 지난 17일부터 용혈성 빈혈 치료 중 부작용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혈액 내 세균 감염으로 지난 주말을 기해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다. 노르웨이 왕실은 별세 하루 전날 하랄 5세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알렸다.

하랄 5세는 1991년 부친인 올라브 5세 서거 후 왕위에 올라 35년간 재위했다. 최근에는 크고 작은 건강 문제에 시달리면서 공식 활동을 줄이긴 했으나, 의회에서 ‘평생 서약’을 했다며 호콘 왕세자에게 양위하지 않은 채 왕위를 지켜왔다.

하랄 5세는 2차대전 시절 나치의 노르웨이 점령기에 어머니, 두 누나와 처음엔 스웨덴, 이후 미국에서 5년간 망명 생활을 하다 종전 후 귀국해 다른 왕실 구성원과 재회한 뒤 노르웨이 육군사관학교, 영국 옥스퍼드대에 진학했다. 그의 통합적인 면모는 왕실을 둘러싼 여러 잡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노르웨이 하랄 5세(왼쪽)와 소냐 왕비.(사진=AFP/연합뉴스.)
노르웨이 하랄 5세(왼쪽)와 소냐 왕비.(사진=AFP/연합뉴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혼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고교 시절 여자친구였던 사업가의 딸 소냐 하랄센과의 결혼 승낙을 받아냈는데, 유럽 귀족 가문 여성들 중에 신붓감을 고르라는 왕실의 압박과 다수의 귀족 가문 여성들의 구혼을 9년 동안 거부한 채 버틴 끝에 이룬 것이었다.

하랄 5세는 2011년 극우 청년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폭탄·총기를 동원해 77명을 살해하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지자 “노르웨이 사회와 민주주의, 자유에 대한 믿음을 갖고 두려움을 이겨내자”는 취지의 연설로 충격에 빠진 국민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왕실 구성원의 잇단 스캔들 연루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하랄 5세의 며느리이자 호콘 왕세자의 아내인 메테마리트 왕세자빈이 2019년 옥중 사망한 미국인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틴과 과거 친밀하게 교류한 정황이 드러난데 따른 것이었다.

노르웨이 왕위는 하랄 5세와 소냐 왕비(88)의 아들인 호콘 왕세자(53)가 자동으로 이어받는다. 호콘 왕세자의 공식 칭호는 호콘 8세이며, 왕실의 지향을 상징하는 공식 구호는 선대부터 이어내려온 ‘모든 것을 노르웨이를 위해’를 계속 쓰기로 했다. 장례식이나 새 국왕 즉위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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