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6개월…이란 못 꺾고 호르무즈에 발목 잡힌 美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29일, 오전 10:46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5주면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던 이란 전쟁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의 군사력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며 미국과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지렛대를 확보했다.

미국의 전쟁 목표는 불분명해졌다. 전쟁 초기만 해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와 이란 정권 및 대리세력 약화 등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 개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해졌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날을 기점으로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을 넘긴 가운데, 미국이 이란의 군사력에는 상당한 타격을 입혔지만 당초 목표를 모두 달성하지 못한 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경제적 압박으로 목표와 전략을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다”며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이후 미군은 이란의 미사일과 발사대 상당수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미사일과 발사대, 이란 방위산업 기반의 대부분이 파괴됐으며 재건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세웠던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는 달성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선언했지만, 이란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약 440㎏의 농축우라늄 처리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물질은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폭격한 이란 핵시설 3곳 아래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6월 미국과 이란이 마련한 양해각서에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와 고농축우라늄 희석 등이 담겼지만, 이후 협상이 중단되면서 구체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란의 대리세력에 대한 지원 차단도 성과가 제한적이다. 전쟁 초반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란이 지원하는 대리 테러 조직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행정부 관계자들이 이 목표에 대해 내놓는 설명은 줄어들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고강도 군사 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란은 미국과 종전 협상 과정에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투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남부 철수와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맞바꾸는 합의가 마련됐지만, 헤즈볼라는 직접 협상을 거부하고 무장해제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제는 초기 전쟁 목표보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미국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발발 이후 사실상 봉쇄됐고, 연료와 농업용 비료 가격을 끌어올리며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목표에 포함되지 않았던 해협 재개방이 이제 핵 프로그램과 군사력 파괴 못지않은 핵심 과제가 된 것이다.

이란전의 여파는 중동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 CNN은 이날 이란 전쟁 6개월을 진단하는 기사에서 “전쟁이 미국의 무기 비축량을 소진시키고 우크라이나·한반도·대만 등 다른 잠재적 분쟁 지역의 안보에도 부담을 주면서 세계적인 위기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핵심 요격미사일을 소모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배정됐던 무기가 전용됐고, 한국에 배치된 일부 요격 자산도 중동으로 재배치됐다. 일본에 있던 미국 항공모함도 중동으로 이동하면서 한동안 태평양에 미국 항공모함이 한 척도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란전에 미국의 군사 역량이 집중되면서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대만·남중국해 등 다른 잠재적 분쟁 지역에서 미국의 대응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 미국의 적대국들이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국의 무기 비축량과 대응 능력을 파악하고 향후 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은 교착상태다. 양국은 지난 6월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60일간 협상하기로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운영을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는 곧 산됐다. 협상 시한도 지난 17일 만료됐다. 여기에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수준”의 경제 고립 작전을 개시하면서 갈등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파키스탄, 카타르 등 중재국들은 최근 미국과 이란이 다시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미국과 이란이 양보없이 대치하면서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종전 MOU 체결 조건으로도 돌아가길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운영방식을 오만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된 기존 MOU 합의 조건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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