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아이슬란드가 유럽연합(EU) 가입에 반대하는 국민 투표 결과에 따라 현 정부는 EU 가입을 위한 회담을 더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가 30일(현지시간) EU 가입 국민투표 관련 기자회견에서 임기 내 EU 가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AFP)
전날 실시한 아이슬란드 국민투표에서 EU 가입 노력에 반대한 사람은 52.8%, 찬성하는 사람은 47.3%였다. 투표에 참가한 국민은 총 22만5031명으로 투표율은 82.6%에 달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2009년 아이슬란드에서 실시한 선거 중 가장 높았다.
아이슬란드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스위스, 노르웨이와 함께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셍겐조약에 가입해 있다. 또 194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창설한 12개국 가운데 하나다. 아이슬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경제가 크게 흔들리던 2009년 EU 가입을 추진했으나 2013년 EU 가입에 회의적인 정부가 출범한 뒤 협상을 중단했다.
아이슬란드는 1인당 국민소득 8만9000달러 세계 5위 수준의 부국이다. 하지만 인구 40만명으로 자체 군대가 없어 동맹국들에 안보를 의지해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해상 위협이 커지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고 언급하자 아이슬란드 정부는 EU가 외교 울타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빌리 롱 주아일랜드미국대사도 지난 1월 대사 임명 전 “아이슬란드가 미국의 52번째 주가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하지만 EU 가입 반대 진영에서는 EU의 일원이 될 경우 수출 40%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자 국가 정체성의 핵심인 어업 부분의 의사 결정권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가 어획량 할당량 삭감으로 어촌 경제가 위축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 국민투표에서도 도시보다 농·어촌에서 반대 의견이 높았다. 아이슬란드가 민주주의나 삶의 질, 국민소득 등 각종 국제지표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EU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있었다.
EU는 아이슬란드의 가입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콥 펑크 키르케고르 브뤼겔 선임연구원은 “EU는 북극 지역 안보 주체로 역할을 하고 싶어했지만 홍보에 실패했다”며 “이번 결정은 아이슬란드는 물론 EU에도 놓쳐버린 기회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EU 외교관도 “이번 결과는 EU에 명백한 차질”이라며 “어업과 독립성 문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EU 반대론자들은 아이슬란드의 결정을 환영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강하게 주장했던 나이젤 패라지 개혁당 대표는 “아이슬란드 국민들이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극우 성향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도 “EU 가입이 모든 유럽 민주주의 국가의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 명백한 진실”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