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분 평가익 220조…빅테크 실적 '착시' 우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31일, 오전 10:26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다른 인공지능(AI) 기업에 투자해 얻은 대규모 지분 평가이익으로 지난 분기 세전이익을 1600억달러(약 220조원)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이 아닌 장부상 이익이 실적에 대거 반영되면서 AI 호황을 과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성형AI 앱. (사진=AFP)
생성형AI 앱. (사진=AFP)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알파벳과 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실적에서 반영한 기타 수익이 1600억달러로 직전 분기 690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스페이스X 상장 효과로, 빅테크 기업들은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다른 기술기업의 지분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기타 수익으로 반영하고 있다.

회계 기준상 기업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오르면 해당 평가차익은 분기 손익에 포함된다. 상장기업 지분은 매 분기 시장가격에 맞춰 평가하고, 비상장기업 지분은 신규 투자 유치 등 기업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거래가 발생할 때 재평가한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기타수익은 6월 말까지 3개월 동안 979억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아마존의 기타수익도 534억달러로 세 배 넘게 늘었다. 엔비디아 역시 7월 말까지 3개월 동안 기타수익 77억달러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매출과 영업이익 등 본업의 성장성과 평가이익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기업들이 서로 투자하고 제품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거래하는 것은 ‘순환 경제’라는 지적이다. AI 기업의 기업가치 상승이 빅테크의 이익을 높이고, 개선된 실적이 다시 AI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는 것이 실제 수요를 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평가이익이 다음해 실적의 비교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도 문제다. 보유 지분 가치가 하락하거나 추가 평가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향후 이익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하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올해 앤스로픽과 오픈AI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어서 지분 평가이익이 빅테크 실적을 좌우하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마니시 카브라 소시에테제네랄 미국 주식전략 책임자는 “(빅테크 기업의) 지분 평가이익이 ‘이익의 질’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의 주가수익비율이 약 25배에서 20배 수준으로 낮아진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카스페르 엘름그린 노르디아자산운용 채권·주식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빅테크 기업의 상반기 실적이 재창출 가능한 이익을 상당히 과장했다”며 “AI 관련 평가이익의 순환성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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