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AI는 美제조업을 부활시킬 수 있을까

해외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전 11:13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제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이 로봇과 결합해 생산라인을 바꾸고 있다. 월가와 실리콘밸리의 기대와 달리 일각에선 일자리와 임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단순 반복작업 자동화를 넘어 공장 전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등 피지컬 AI가 미국 제조업 부활의 승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FT는 조지아주 라파예트에 있는 GE어플라이언스 조리기기 공장을 소개했다. 이곳에선 대형 로봇 팔이 제품을 뒤집으면 작업자가 배선을 연결하는 등 사람과 로봇이 나란히 일한다. 공장 곳곳의 센서와 카메라가 생산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시스템이 제품 불량을 검사한다. 회사는 향후 모든 공정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통해 문제가 발생하는 즉시 원인을 찾아내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CISCE)’에서 엔비디아 부스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사진=로이터)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CISCE)’에서 엔비디아 부스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사진=로이터)
피지컬 AI는 휴머노이드부터 운영 상황에 맞춰 스스로 움직이는 스마트팩토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산업기업은 로봇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약 100억달러인 피지컬 AI 관련 매출이 향후 10년간 10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테슬라를 전기차 기업에서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수백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미 정부도 피지컬 AI를 미국 제조업 경쟁력 회복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 국방부는 탄약 부족과 중국과의 경쟁 심화 속에서 방위산업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단으로 주목하고 있다. 터프츠대의 크리스 밀러 경제사학자는 “미국이 제조업에서 다시 역할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보다 AI를 더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금도 몰리고 있다. AI를 이용해 용접·가공 등의 자동화 설비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해드리언은 최근 13억 7000만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약 80억달러를 인정받았다. 지난 1월 자금 조달 당시와 비교하면 기업 가치가 4배 이상이 됐다. JP모건체이스, 앤드리슨호로위츠, 파운더스펀드 등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해드리언은 숙련공의 기술을 자동화 시스템에 내재화해 제조업 경험이 없는 직원도 30일 교육 후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피지컬AI는 미국 제조업의 심각한 숙련공 부족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동시에 AI·반도체 설계 등 미국의 기술 경쟁력과 풍부한 자본조달 능력을 제조업에 접목하면 중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해드리언의 크리스 파워 CEO는 “미국이 재산업화하지 못하면 세계는 중국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조현장은 대규모언어모델(LLM)과 달리 현실세계의 복잡한 물리적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UC버클리의 로봇공학자 켄 골드버그 교수는 “조립라인에서 문제가 생기면 분당 10만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제조업에서는 작은 AI 오류도 허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월가도 기대치를 조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난다. 월마트 같은 대형 고객을 위해 AI 로봇을 활용한 고도로 자동화된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심보틱의 주가는 올해 30% 넘게 하락했다. 수주잔고를 매출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업마진이 투자자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급진적인 자동화가 일자리와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핵심 쟁점이다. 기업들은 자동화가 반복적이고 힘든 일을 줄이고 인력 부족을 해소한다고 주장한다. GE어플라이언스는 로봇을 대거 도입하면서도 2016~2025년 4000개의 일자리를 늘렸다고 밝혔다.

반면 데이비드 오터 MIT 교수는 개별 기업의 고용 증가를 제조업 전체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미국의 자동화 물결이 블루칼라 고용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사람이 로봇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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