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훔쳤는데"…트럼프 정부, NYT 아닌 오픈AI 손 들어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9월 03일, 오전 11:3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뉴욕타임스(NYT)와 오픈AI가 벌이고 있는 저작권 소송에 끼어들어 오픈AI 편을 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저작권이 있는 자료로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타임스(NYT) 본사 건물. (사진=AFP)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타임스(NYT) 본사 건물. (사진=AFP)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미국은 저작권이 있는 텍스트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키는 것이 저작권법을 위반한다는 어떤 주장도 법원이 배척하는 데 강력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AI가 수백만건의 기사로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면 “그러한 창의적·과학적 진보를 가로막고 미국의 번영과 경제적 이동성을 저해할 것”이라고도 했다.

NYT는 2023년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오픈AI가 방대한 저작권 자료를 끌어다 챗봇을 만들면서 ‘공짜로 얻어탔다’는 것이다. 오픈AI의 기업가치는 8520억달러(1158조 7200억원)에 달한다.

법무부는 의견서에서 미국의 AI 패권 확보를 위한 조치를 정부에 지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들을 근거로 들었다. 정부가 한쪽 논리에 힘을 실으면서, 창작자와 출판사, 저작권자들이 AI 기업들을 상대로 낸 수십건의 소송에도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자신의 지지층과 공화당 전략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데이터센터 추가 건설을 촉구한 지 며칠 만에 나왔다. 그는 데이터센터 반대론자들이 “낙후되고 가난해지기를” 원한다고 했다. 백악관은 미국 곳곳에서 공화당이 추진하는 AI 규제 강화 시도에도 반대하며 업계 자율에 맡기는 느슨한 감독을 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와 자주 충돌해왔다. 그는 개인적으로 NYT를 상대로 150억달러(20조 4000억원) 규모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 중이며, 지난주 소장을 다시 냈다. NYT는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픈AI는 별도로 트럼프 행정부와 회사 지분 약 5%를 공공에 넘기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오픈AI 공동창업자 그레그 브록먼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하는 정치자금 단체 ‘마가’(MAGA)의 최대 기부자 중 한 명이다.

그레이엄 제임스 NYT 대변인은 “행정부가 무수한 미국 창작자들의 작품을 훔친 몇몇 조 단위 AI 기업들의 편을 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AI 기업들은 저작권법이 요구하는 대로 자사 제품을 가능하게 하는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 된다”며 “허가도 보상도 없이 콘텐츠를 가져가도록 하겠다는 행정부의 제안은 건강한 사회가 의존하는, 그리고 AI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인간 창작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스탠리 우드워드 미 법무차관은 이번 개입을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며 “AI 패권은 국가 안보와 번영, 모든 미국인의 경제적 이동성을 촉진하는 데 결정적”이라는 대통령의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엑스(X)에 “이번 행정부는 저작권법에 대한 명백히 잘못된 이해 때문에 우리나라가 해외 적대세력에 뒤처지도록 결코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오픈AI는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논리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 AI 기업들의 무단 데이터 수집을 비판해온 입장과는 어긋난다. 오픈AI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오픈AI는 지난 2월 미 의회 중국특별위원회에 낸 메모에서 중국 딥시크가 자사 지식재산을 훔쳐 모델을 학습시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저작권물 무단 학습으로 피소된 기업이 다른 기업의 무단 학습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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