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높이자…노르웨이 국부펀드, 美국채 100조원 축소 권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9월 04일, 오후 03:25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채권 포트폴리오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 보유액이 약 800억달러(약 108조원)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NBIM은 노르웨이 재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국부펀드의 채권 벤치마크 지수 내 국채 비중을 현재 70%에서 50%로 낮출 것을 권고했다. 현재 전체 펀드 자산의 약 26%가 채권에 투자돼 있다.

이 방안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펀드의 글로벌 국채 배분 규모는 약 1060억달러(약 143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감축분 대부분은 미국 국채에서 발생한다. NBIM은 미국 국채 비중을 12.2%포인트 낮추는 대신 미국 비정부 채권 비중을 11.4%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 투자액은 약 80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FT는 추산했다.

영국 국채 비중은 그대로 유지되고, 일본 국채 비중은 2.8%포인트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제안은 정부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면서 올해 글로벌 채권시장이 매도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재매입) 확대 계획에도 미 국채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니콜라이 탕겐 노르웨이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니콜라이 탕겐 노르웨이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NBIM은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주택저당증권(MBS)처럼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채권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 MBS는 대부분 미국 정부기관의 보증을 받고 있기 때문에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미국 정부 부도 위험에 대한 노출은 실제로 크게 줄어들지는 않으나 주택담보대출이 조기에 상환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미 국채보다 다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NBIM은 서한에서 “국채 비중을 50%로 유지하더라도 금융시장이 불안한 시기를 포함해 필요한 유동성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며 “채권지수의 나머지 부분은 보다 다양한 위험 프리미엄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패니메이, 프레디맥, 지니메이가 보증하는 MBS의 경우 신용도는 미국 국채와 거의 유사하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서한은 이다 볼덴 바케 노르웨이 중앙은행 총재와 니콜라이 탕겐 NBIM 최고경영자(CEO)가 공동 서명했다. 이는 올해 초 노르웨이 재무부가 국부펀드 채권 포트폴리오의 역할과 적정 비중에 대해 질의한 데 대한 답변이다.

NBIM 대변인은 이번 방안이 시행되더라도 펀드의 미국 달러화 익스포저는 “사실상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한에 따르면 달러화 익스포저는 0.5%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친다. 현재 펀드의 미국 자산 비중은 대부분의 글로벌 지수가 부여하는 미국 비중보다 낮다. 국부펀드 내 미국 국채 비중이 줄어드나 대신 미국의 비정부 채권 비중이 비슷한 폭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제안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재무장관이 올해 4월 “미국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일 계획은 없다”고 밝힌 이후 나왔다. 그는 당시 “‘비중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일부 있었지만 이는 정치적 결정”이라며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일부 노르웨이 의원들은 국부펀드가 미국 자산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르웨이의 막대한 석유자원 판매 수익을 바탕으로 조성된 정부연기금글로벌(GPFG)은 약 2조 3000억달러(약 3107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펀드는 해외시장에 투자되며 국가 예산의 단기 변동성을 완화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을 축적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서한은 채권 벤치마크인 블룸버그 글로벌 종합채권지수 변형해 국채와 기타 선진국 채권을 대략 절반씩 나눠 담는 지수를 만드는 방안도 제안했다. 기타 채권에는 MBS와 개발은행이 발행한 채권 등이 포함된다.

NBIM 대변인은 “이번 변화의 목적은 수익원의 다변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BIM은 또 국채 비중을 결정하는 기준도 바꿀 것을 제안했다. 현재처럼 발행국의 국내총생산(GDP)에 비례해 비중을 정하는 대신 다른 대형 국부펀드처럼 각국 국채의 실제 발행잔액 시장가치에 따라 비중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NBIM 대변인은 이번 서한은 어디까지나 조언으로 전문가위원회가 재무부에 제출할 보다 권고안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전문가위원회의 권고안은 내년 1월까지 나올 예정이다. 재무부는 이를 토대로 2027년 봄 의회에 최종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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