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 대통령, 종전 국민투표 주장…강경파 반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08일, PM 03:19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이 미국과의 전쟁을 계속할지 여부를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가 이란 강경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란 언론인이자 여성인권운동가 마시 알리네자드가 지난 2월 유엔 사무소에서 열린 미국-이란 회담에 참석해 발언하던 중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의 사진을 찢고 있다. (사진=AFP)
이란 언론인이자 여성인권운동가 마시 알리네자드가 지난 2월 유엔 사무소에서 열린 미국-이란 회담에 참석해 발언하던 중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의 사진을 찢고 있다. (사진=AFP)
영국 텔레그래프는 7일(현지시간) 로하니 전 대통령이 최근 이란 정치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휴전이 이란 국민 다수의 뜻에 부합한다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하니 전 대통령은 “먼저 국가적 목표의 틀을 명확히 한 뒤 이를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20년간 세계 강대국들과 싸우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라고 국민에게 밝히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국민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전쟁을 계속하면 된다”며 “그러나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길을 제시한다면, 우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고 했다.

로하니 전 대통령이 ‘국민 투표’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란 정치권에선 그의 발언을 미국과 전쟁 지속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제안으로 해석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로하니 전 대통령은 전쟁 피해를 복구하고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려면 압도적 다수 국민의 뜻에 따라 전쟁을 명예롭게 끝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혁명수비대 강경파를 겨냥해 “확성기를 쥐고 소란을 피우는 소수가 이란 사회의 다수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고도 언급했다.

강경파의 목소리가 지배적인 이란 국영방송에 대해서도 “분열의 중심이 된다면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시청자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강경파는 즉각 반발했다. 파르스통신은 “로하니 전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위험하며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로하니는 무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전쟁 중 어떤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경파 정치인 마흐무드 나바비안은 “전쟁과 평화를 둘러싼 대립 구도 자체가 거짓”이라며 “종전을 주장하는 세력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겁쟁이들이며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이란의 항복”이라고 공격했다. 모르테자 마흐무디 테헤란 의원도 로하니 전 대통령을 “혁명 역사상 가장 미움받는 대통령”이라고 지칭했다.

친정부 집회에서는 로하니 전 대통령이 거리에 나타날 경우 “그를 부숴버리겠다”거나 “교수대에 매달아야 한다”는 위협도 나왔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이란 대통령을 지낸 로하니 전 대통령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를 주도한 중도파 인사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서방이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1기 당시 미국이 합의에서 탈퇴했다.

강경파는 당시 서방과의 협상과 타협을 통해 이란의 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로하니식 접근법이 실패했다는 점이 이번 전쟁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하니 전 대통령이 수년 전 퇴임했지만 이란 정치권에서 종전 언급이 나온 것은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여론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으로 풀이된다.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아들 모센 하셰미도 최근 전쟁 장기화를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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