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일본 AI반도체 연구소 개소…日정부도 225억엔 지원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08일, PM 05:4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연구거점을 열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반도체 조립 공정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일본 소재·장비 기업들과 손잡고 AI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사진=AFP)
(사진=AFP)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에서 첨단 반도체 후공정 연구거점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Advanced Package Lab) 개소식을 열었다. 연면적은 약 6600㎡ 규모로, 실제 반도체 생산과 같은 환경에서 장비를 돌릴 수 있는 클린룸도 갖췄다.

투자 규모는 400억엔(약 3493억원)이다. 이 가운데 225억엔(약 1965억원)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원한다. 한국인과 일본인 연구자 95명이 후공정 소재를 평가하고 양산 기술을 개발한다. 개소식에는 도쿄일렉트론과 이비덴 등 일본 주요 협력사 15곳이 초청됐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한국과 일본의 기술 교류를 가속화해 차세대 패키지 산업을 함께 키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제조는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전공정과 칩을 조립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그동안은 회로 선폭을 얼마나 가늘게 만드느냐가 성능을 좌우했지만, 미세화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경쟁의 축이 후공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AI용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급증했다. HBM과 연산을 맡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여러 칩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성능을 높이는 일이 중요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립 기술이 복잡해 “새로운 병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일본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HBM을 쌓아 올릴 때 쓰는 접착 소재와 기판, 열과 수분·충격으로부터 반도체를 보호하는 봉지재 등 핵심 소재를 대부분 일본 기업이 만든다는 것이다.

봉지재는 스미토모베이클라이트가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기판 소재는 레조낙과 미쓰비시가스화학이 앞서 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후공정에서 일본 기업 50곳 이상과 협력하고 있다.

일본에 거점을 두면 개발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그동안 일본 기업이 개발한 신소재를 한국으로 들여와 평가해야 했는데, 화학물질 인허가와 수출입 절차 탓에 최대 2개월이 걸렸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일본에서 소재 평가와 시제품 제작까지 마친 뒤 유망한 기술만 한국 양산 라인에 적용할 수 있다. 소재 기업과 장비 기업, 대학·연구기관이 몰려 있는 일본 수도권에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닛케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세계 1위지만 HBM에서는 한국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처졌다”며 일본과 연계를 강화해 만회를 노린다고 짚었다.

이어 “AI 반도체는 기업 단독의 싸움에서 나라를 넘는 산업 연합의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며 “반도체 한일 연합의 향방은 국가 경쟁력마저 좌우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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