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남 "중간선거 위기 트럼프, 외교로 돌파구…韓기업도 대비해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08일, PM 11:37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외교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란 전쟁 수습은 물론 북미 정상회담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등을 통해 선거 국면을 전환하고, 중간선거 이후 의회의 견제가 강해질 경우 외교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부 제1차관을 역임한 임성남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외교부 제1차관을 역임한 임성남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임성남 전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 7일 법무법인 태평양 칼럼 ‘BKL Perspectives’를 통해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후반 의회의 장벽에 막힐 때마다 외교 무대로 시선을 돌렸듯 트럼프 역시 중간선거 이후 외교 분야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녹록지 않다. 지난달 말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집권 2기 초반 47%에서 33%로 떨어졌다. 무당층 가운데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36%로 공화당(22%)을 앞섰다. 투표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답한 비율도 민주당 지지층이 46%로 공화당 지지층(31%)보다 높았다. 생활비 대응에 대한 부정 평가는 71%에 달했다. 별도의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는 이란 전쟁이 치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답한 미국인이 25%에 그쳤다.

현재 판세대로라면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코넬대 정치학자들이 지난 3일 공개한 선거예측 모델은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확률을 80%로 추산했다. 예상 의석은 민주당 226석, 공화당 209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총력전에 들어갔다. 공화당은 9~10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이례적으로 중간선거 전당대회를 열고 지지층 결집에 나선다.

상원은 공화당의 방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전장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다수당 탈환을 위해 4석을 추가해야 한다. 노스캐롤라이나와 메인, 오하이오뿐 아니라 공화당 강세지역으로 꼽혀온 알래스카와 텍사스 등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임 전 차관은 분석했다.

임 전 차관은 또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각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해 청문회와 소환장 발부, 고위 관료 증언 요구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원까지 민주당에 넘어갈 경우 대법관과 장관 등 주요 인사의 인준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의회를 통한 입법이 어려워지더라도 관세·무역·이민 등에서는 행정명령을 활용해 의회를 우회하려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예산을 무기로 맞설 경우 정국 대치와 법정 공방이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중간선거 전당대회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AFP)
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중간선거 전당대회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AFP)
외교는 또 다른 돌파구다. 임 전 차관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 ‘실패한 전쟁’이라는 평가가 굳어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북한과의 정상회담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외교를 추진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행보는 최근 빨라지고 있다.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는 지난 5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뒤 6일 키이우로 이동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측이 종전 협상과 관련해 몇 가지 “괜찮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미·러·우 3자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임 전 차관은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사례도 주목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잃은 뒤 이라크 정세 안정과 북핵 6자회담, 미·인도 원자력협정 등 외교 현안에 힘을 쏟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의회의 견제가 강해질수록 외교정책에 더 많은 정치적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간선거 이후에는 미국 정치의 시선이 2028년 대선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화당에서는 JD 밴스 부통령이 유력 주자로 꼽히지만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잃는다면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이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임 전 차관은 내다봤다. 민주당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부 장관,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존 오소프 조지아 상원의원 등을 주목할 후보로 꼽았다.

한국 기업에도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중요한 변수다. 임 전 차관은 상원의원 또는 주지사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 가운데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집중된 곳으로 조지아·텍사스·미시간·테네시·앨라배마·오하이오를 꼽았다. 그는 “우리 기업들로서는 중간선거 이후 연방 차원의 정책 변화는 물론 주정부 차원의 투자 인센티브와 노동·환경·에너지 정책 등의 변화 가능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뒤 손짓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뒤 손짓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