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주유소에 유종별 가격이 표시돼 있다.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차량 이동이 늘면서 기름값 오름세가 이어졌다. (사진=AFP)
조사는 전쟁이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의 가격과 실제 가격을 비교해 소비자가 떠안은 추가 부담을 계산했다. 휘발유에서만 550억달러(약 73조7825억원·가구당 422달러), 경유에서 460억달러(약 61조7090억원·가구당 348달러)가 더 나갔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15달러(약 5567원·리터당 1471원)를 넘어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는 3.20달러, 이란전쟁 직전은 2.98달러였다.
이에 올해 노동절 또한 역대 가장 비싼 노동절로 기록됐다. 다만 지난 5월 개전 이후 고점인 4.56달러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세운 사상 최고치 5.02달러에는 못 미친다고 CNN은 부연했다.
더 심각한 것은 경유다. 트럭과 기차, 트랙터, 선박을 움직이는 경유 가격은 갤런당 5.90달러(약 7915원·리터당 2091원)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개전 당시 3.76달러에서 크게 뛰었고, 2022년 기록도 가볍게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만 60% 이상 올라 AAA가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연간 상승률로는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전국 평균이 사상 처음 6달러를 넘어서는 것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이날 갤런당 7.83달러로 1년 전 같은 시기 5.14달러에서 급등했다. 패트릭 드한 개스버디 석유분석 책임자는 전날 엑스(X)에 캘리포니아 경유값이 “8달러를 훌쩍 넘길 수 있다”며 “일부 주유기는 앞으로 나올 숫자를 표시하도록 만들어져 있지도 않다”고 우려했다.
톰 클로자 걸프오일 수석에너지고문은 지난 주말 CNN방송에 “휘발유, 그리고 정말로는 경유 기준으로 역대 가장 비싼 가을이 될 것”이라며 “이는 인플레이션의 모든 측면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조용하지만 매우, 매우 우려스러운 위기”라고 덧붙였다.
국제유가도 오름세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올해 12월 전망치를 5달러 올려 배럴당 85달러(약 11만4028원)로 제시했고, 내년 평균 전망치도 75달러에서 80달러로 높였다.
골드만삭스는 중동 산유량이 내년 하반기에야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걸프 지역 생산이 전쟁 전 수준을 크게 밑돌면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약 16만980원)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7월 23일 이후 종가 기준으로 넘지 못했던 10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문제는 원유값만이 아니다. 원유를 휘발유와 항공유, 경유로 바꿔줄 정유공장이 모자란다. 세계 4대 정제 거점 가운데 중동과 러시아, 중국 등 3곳이 전쟁과 수출 규제로 사실상 멈춰 섰고, 미국 걸프 연안 정유사들이 그 공백을 메우려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
에너지발 물가 압력은 통화정책에도 부담이다. 오는 11일 나올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3.4% 오른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 2%를 크게 웃돌면서, 오는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록적인 에너지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타격이다. 그는 2024년 대선 과정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물가를 맹비난하며 에너지를 다시 싸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전쟁에서 우리가 이기면 유가는 급락할 것”이라고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