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도 'CD 앨범' 내놓자 대박…젠지들 푹 빠진 이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09일, PM 04:0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CD가 돌아왔다. 자동차에 더는 CD 플레이어가 달려 나오지 않고 휴대용 재생기 ‘디스크맨’은 구하기도 어려워졌지만, CD 판매량은 되레 늘고 있다. 복고 열풍의 주인공이 LP에서 CD로 넘어가면서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데이터업체 루미네이트의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서 CD 판매량은 1630만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2.4% 증가에 그친 LP를 크게 앞질렀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달 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리랑' 투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AFP)
방탄소년단(BTS)이 지난달 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리랑' 투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AFP)
◇K팝이 끌고 Z세대가 밀었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 몫이 컸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3월 발매한 정규 5집 ‘아리랑’을 여러 종류의 CD로 내놨고, 미국에서만 60만장 가까이 팔았다. 다만 BTS와 K팝 그룹을 빼고 계산해도 상반기 CD 판매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 가까이 증가했다. 롭 조나스 루미네이트 최고경영자(CEO)는 “Z세대 청취자의 60%가 이제 1990년대 이전 음악을 주로 듣는다고 답하는 것이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CD를 구매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조지아주에 사는 마이클 스왈버그(31)는 손에 잡히는 감각을 꼽았다. 그는 “CD는 나에게 단지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무언가와 상호작용하고 싶다는 근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일”이라며 “케이스를 열어 속지를 넘기고 종이의 감촉을 느끼고 가사를 읽고, 아티스트가 직접 고른 그림과 사진을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향수 때문에 사는 이들도 있고, CD가 스트리밍보다도 LP보다도 소리가 낫다는 이유를 대는 이들도 있다. 학교가 무선 이어폰과 휴대전화를 금지하자 부모의 디스크맨을 창고에서 꺼냈다는 사연도 온라인에 올라왔다.

값이 싸다는 점도 한몫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남매 록 밴드 베일런의 데이비드 베일런은 CD가 LP보다 만들기 훨씬 저렴하다고 했다. 그는 “CD는 한 장당 원가가 4.50달러(약 6037원) 정도”라며 “10달러(약 1만3415원)에 팔면 100% 남는데, 팬들에게도 부담 없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사진=AFP)
(사진=AFP)
◇LP·카세트·음원보다 오래 가 ‘매력’

CD가 다시 팔리는 더 깊은 이유는 오래간다는 데 있다. 무엇이든 태어나는 순간부터 닳기 시작한다. LP는 바늘이 홈을 조금씩 더 깊게 파낸다. 카세트의 자기 테이프는 늘어나고 얇아지다 결국 가루가 된다.

스트리밍은 닳는 속도가 더 빠르다.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에서는 압축 탓에 음질이 이미 깎여 있는 상태다. 서비스 주체 간 경쟁 격화로 방대한 음원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CD는 다르다는 진단이다.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에 찍힌 홈과 그 사이 평면을 레이저가 읽는 방식이라 물리적 마찰이 없다. 떨어뜨리거나 긁지만 않으면 한 번을 틀든 백만 번을 틀든 음질이 변하지 않는다.

물론 닳지 않는 대신 잃어버릴 수는 있다. WP 기자는 2012년 워싱턴 D.C. 로건서클에서 CD가 가득 든 바인더를 차 조수석에 뒀다가 유리창이 깨진 채 500장 넘게 도둑맞은 일을 떠올렸다. 그는 “잃어버린 것은 공들여 고른 믹스만이 아니었다”며 “그것은 기억의 보고였고 예술이었으며, 만질 수 있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지난해 10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대형마트에 테일러 스위프트의 앨범 '라이프 오브 어 쇼걸' CD가 여러 버전으로 진열돼 있다. 여러 버전으로 CD를 내놓는 판매 방식은 최근 CD 시장 부활을 이끌고 있다. (사진=AFP)
지난해 10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대형마트에 테일러 스위프트의 앨범 '라이프 오브 어 쇼걸' CD가 여러 버전으로 진열돼 있다. 여러 버전으로 CD를 내놓는 판매 방식은 최근 CD 시장 부활을 이끌고 있다. (사진=AFP)
◇美 대형 CD체인 ‘샘구디’ 매장 한 곳만 남아

CD를 찾으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수요가 거의 없어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 힘들어서다. 부속품까지 대형 유통매장에서 쉽게 살 수 있는 LP와 다르다. 하지만 일부 수집가에게는 이러한 점이 오히려 매력 요소다.

문화평론가 빌랄 쿠레시는 “CD 케이스나 차량용 수납함처럼 CD와 함께 쓰는 물건들이 대부분 품절 상태”라며 “대형 전자제품 매장을 가봐도 CD 플레이어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미국 전역에서 CD를 팔던 체인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타워레코드는 2006년 문을 닫았고, 그해 함께 무너진 ‘샘구디’는 이제 매장 한 곳만 남았다. WP는 오리건주 메드퍼드의 한 쇼핑몰에 있는 이 매장이 여전히 CD로 가득했지만 손님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때 음악 팬들의 등대 같던 체인의 마지막 흔적이라고 묘사했다.

매장 옆 커피전문점 직원은 WP에 주로 은퇴자들이 CD를 사가는 것 같다고 했지만, 신문은 은퇴자뿐 아니라 젊은이도, 중년도, 향수에 젖은 이도, 음질을 따지는 이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이도 여전히 CD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WP는 “제대로 다루기만 하면 CD는 결코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며 “우리와 달리 CD는 결코 늙지 않는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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