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TV)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다. 미국 밖에서는 파라세타몰이라는 명칭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연구진은 임신부가 정기적으로 제출한 소변 시료를 이용해 타이레놀 노출 여부를 평가했다. 조사 대상 여아 가운데 92명은 임신 17주 이전에 처음 타이레놀에 노출됐고 67명은 17주 이후 처음 노출됐다. 나머지 143명의 산모는 임신 중 타이레놀을 사용하지 않았다.
산모들의 복용량은 비교적 적었다. 하루 권장 최대 용량인 4000㎎을 넘긴 사람도 없었다. 대부분 두통이나 근골격계 통증 때문에 타이레놀을 복용했다.
자궁과 난소 크기 등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태아 때 타이레놀에 노출된 여아는 그렇지 않은 여아보다 생후 3개월 때 난소 용적이 평균 40% 작았다. 자궁 용적은 13% 작았고 난소의 난포 수도 23% 적었다. 난포는 미성숙 난자를 포함하고 있는 구조물이다.
임신 17주 이전 타이레놀에 노출된 여아에게서는 항뮐러관호르몬(AMH) 수치도 낮게 나타났다. AMH는 난소에 남아 있는 난자의 양과 질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연구진은 별도로 영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추적한 여아 1210명도 조사했다. 이들의 산모가 임신 중 보고한 타이레놀 복용 기록과 비교한 결과, 태아 때 타이레놀에 노출된 경우 사춘기 때 자궁이 작고 청소년기 난소 크기도 작은 것과 연관성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성의 생식 기능을 좌우하는 난자가 태아 때 형성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성은 평생 사용할 난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기존 동물 연구에서는 태아 때 타이레놀에 노출되면 난소의 난자 보유량과 이후 생식 기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사람에게서 비슷한 결과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인 만큼 타이레놀이 이런 차이를 직접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 연구를 이끈 마르기트 비스트루프 피셔 릭스호스피탈레 연구원은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했던 여성들이 이번 연구 결과 때문에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타이레놀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태어난 여아 중에서도 난소 측정치가 타이레놀에 노출되지 않은 여아와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연구 결과만으로 특정 여성이나 아동의 향후 생식능력을 예측할 수도 없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에 발견된 생식기관의 차이가 성인이 된 뒤 임신 가능성이나 폐경 시기 등에 영향을 주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피셔 연구원은 이를 판단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의료 지침도 임신 중 통증과 발열을 치료하는 약으로 타이레놀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피셔 연구원은 심한 통증이나 고열을 치료하지 않는 것 자체가 임신부와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과 함께 논평을 낸 스위스 바젤대학병원의 생식의학 전문가 크리스티안 데 가이터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기존 동물실험 자료와 잘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태아 때 타이레놀에 노출된 여성을 폐경기까지 추적할 필요가 있다며 임신 중 타이레놀 사용 권고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이레놀의 임신 중 사용을 둘러싼 논란은 미국에서 정치 쟁점으로도 번진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로이터는 의료계와 주요 보건기관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 주장을 폭넓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