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OPEC+에 대폭 증산 요구…600만배럴 쿼터 승부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09일, PM 03:37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이라크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에 원유 생산 쿼터를 대폭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내년 생산 쿼터를 결정하기 위한 회원국 생산능력 평가가 진행되는 가운데 하루 600만배럴을 기준으로 이라크의 생산 목표를 산정해 달라는 요구다.

OPEC 로고. (사진=로이터)
OPEC 로고. (사진=로이터)
9일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라크가 OPEC+의 회원국 생산능력 평가 과정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는 향후 생산 목표를 하루 600만배럴의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산정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OPEC+는 현재 회원국이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유 규모를 재평가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2027년 회원국별 생산 기준선을 정하는 데 활용된다. 기준선은 각국의 감산·증산 규모를 결정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에 생산능력을 높게 인정받을수록 향후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할 여지가 생긴다.

이라크가 이번 평가에 민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OPEC 창립 회원국이자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OPEC에서 두 번째로 원유를 많이 생산하는 이라크는 자국의 늘어난 생산능력을 현재 쿼터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생산 한도 확대를 요구해왔다.

이라크는 장기적으로 생산능력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는 지난달 향후 6년 안에 원유 생산량을 하루 900만~1000만배럴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란 전쟁 이전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400만배럴이었다.

이라크 정부는 생산 확대를 위해 글로벌 석유기업의 투자도 유치하고 있다. 생산능력이 늘어나더라도 OPEC+가 이를 쿼터에 반영하지 않으면 실제 증산에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라크는 지난 6월에도 생산 쿼터 재조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당시 이라크 석유부는 회원국의 지속 가능한 생산능력을 반영해 생산 한도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라크가 OPEC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이라크 석유부는 OPEC 탈퇴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고, 알자이디 총리도 7월 OPEC에 남으면서 적정한 생산 쿼터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생산능력에 비해 쿼터가 낮다고 주장하는 회원국이 이라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능력을 확대해온 일부 산유국들은 OPEC+의 기존 생산 기준선이 실제 생산 여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회원국별 기준선 조정이 OPEC+ 내부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꼽히는 이유다.

OPEC+는 미국 에너지 컨설팅업체 드골이어앤드맥노튼에 회원국들의 지속 가능한 최대 생산능력 평가를 맡겼다. 평가 결과는 이달 말 OPEC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토대로 연말 회의에서 2027년 생산 기준선을 둘러싼 회원국 간 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당장 OPEC+는 추가 증산을 멈춘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이라크,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알제리, 오만 등 7개국은 지난 6일 회의에서 10월 생산량을 9월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 산유국은 올해 단계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2023년 결정했던 하루 165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을 되돌렸다. 다만 2022년부터 시행한 약 200만배럴 규모의 감산은 올해 말까지 유지된다.

OPEC+의 실제 공급량은 생산 목표와도 차이가 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에 차질이 생기고 러시아·카자흐스탄의 수출도 전쟁 영향을 받으면서 산유국들이 늘어난 쿼터만큼 실제 공급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역시 수출 경로 확보가 증산의 관건이다. 이란 전쟁 전 하루 330만배럴을 웃돌던 이라크의 원유 수출은 호르무즈해협 운항 차질로 급감했다. 지난 8월에는 하루 약 234만배럴까지 회복했지만 전쟁 이전 수준에는 못 미쳤다.

이라크는 호르무즈해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튀르키예 제이한항을 통한 수출을 확대하고 시리아와 요르단을 거치는 새로운 수출 경로도 추진하고 있다.

OPEC+가 이라크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회원국별 생산능력 평가가 끝나면 이를 토대로 2027년 기준선을 협상해야 한다. 이라크가 요구하는 하루 600만배럴의 생산능력이 인정될지가 향후 생산 쿼터 확대 폭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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