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7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이 과정에서 한·미전략투자 사업관리위원회 산하 사업관리단에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뿐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부발전, 한국가스공사 등 비금융 공공기관에서도 인력이 파견돼 막바지 사업 검토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관리단은 대미투자 후보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과 전략·법적 고려사항, 국내 기업 참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사업별 규모와 투자액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금융기관은 금융·보증을, 에너지 공기업은 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성을 검토하는 구조다.
하지만 사업관리단 내부에서도 촉박한 일정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사업성 평가에는 해당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검토가 필요한데 일정이 촉박해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에 달하는 사업이 실제 추진된 뒤 사업성이 예상보다 떨어지거나 비용이 급증하면 정부뿐 아니라 공공 금융기관과 국내 기업에도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대미투자의 핵심은 지난해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가운데 전략적 투자 2000억달러를 어떤 사업에, 어떤 규모로 배분할지다. 현재 협상 대상으로 거론되는 사업은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대형 원전 8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등 3개 에너지 사업이다.
엔시날 발전소는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당초 정부가 검토한 사업 규모는 200억달러 안팎이었지만 미국 측이 250억달러 수준을 요구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현재 양측은 약 220억달러 수준에서 절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사업은 규모가 더 크다. 정부는 미국 측 요구를 반영해 한국형 원전 2기를 포함한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원전 한 기당 사업비를 약 150억달러로 잡으면 전체 규모는 1200억달러에 달한다.
엔시날 발전소와 원전 8기를 단순 합산하면 약 1420억달러로 전략적 투자 가용 재원 2000억달러의 71%를 넘는다. 여기에 알래스카 LNG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업 규모가 20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투자 한도를 지키는 것과 별개로 개별 사업의 경제성을 충분히 검증했느냐는 점이다. 특히 최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알래스카 LNG는 사업성 논란이 큰 사업으로 꼽힌다. 미국이 강하게 참여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에 비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해만 해도 대미투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던 사업이 약 10개월 만에 실제 투자 협상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대미투자는 단순한 정책 사업이 아니라 한·미 관세 협상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정치·외교적 부담도 크다. 통상업계 한 관계자는 “협상 타결을 위해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합리성보다 외교적 고려가 앞섰다는 평가가 나오면 향후 정권이나 정책 환경이 바뀐 뒤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 첫 대미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하고 양해각서(MOU) 체결까지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17일 국회에 관련 내용을 비공개 보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협상 결과에 따라 당초 예상한 18일 MOU 체결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