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술리아 주 마라카이보에서 버려진 유정이 촬영됐다. (사진=AFP)
국제유가는 나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공격을 주고받는 데다 전선이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까지 확대된 영향이다.
미군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 해군 함정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려 했다며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던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 이란은 요르단에 있는 미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며 맞섰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도 사우디 남부 지역을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했다. 후티는 사우디 공군기지를 비롯해 아브하·나지란·자잔에 있는 석유시설 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당국은 에너지시설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7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의 물동량도 다시 급감했다. 8월 30일 전투가 다시 격화하기 직전에는 하루 800만~900만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지만 최근에는 하루 200만배럴 아래로 떨어졌다.
전쟁 전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 크다. 호르무즈해협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였다. 지난 2월 말 전쟁이 시작된 뒤 이란이 해협 통항을 제한하면서 걸프 지역 원유 공급에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홍해를 통한 원유 수송까지 위협받고 있다. 후티가 사우디 에너지시설을 공격하면서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해 홍해로 원유를 내보내는 수송망의 안전성에도 우려가 커졌다.
중동의 공급 차질을 미국과 캐나다, 가이아나 등 다른 산유국의 증산만으로 메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원유 공급이 하루 430만배럴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 전쟁 들어 처음은 아니다. 브렌트유는 전쟁 초기인 지난 4월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휴전과 협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하락했지만 최근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추가 상승 가능성도 거론된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과 홍해에서 공격이 확대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HSBC 등 주요 금융회사도 최근 중동의 공급 차질을 반영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높였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 시장을 넘어 주요국의 물가와 통화정책에도 변수가 되고 있다. 원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휘발유와 운송비 등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0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시장에서는 이란 전쟁 이후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ECB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다음 주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어 11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국제유가 움직임이 금리 결정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아시아 금융시장에서도 유가 상승에 대한 경계가 나타났다. 9일 일본 닛케이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약세를 보였다. 반면 코스피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주 반등에 힘입어 장중 1% 넘게 상승했다.
유가가 앞으로 어느 수준까지 오를지는 호르무즈해협의 원유 수송 회복 여부와 중동 에너지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에 달려 있다. 최근 공급 차질에도 일부 걸프 산유국이 대체 수출 경로를 활용하면서 원유를 내보내고 있어 전쟁 초기와 같은 가격 급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